이대호가 돌아온 롯데 자이언츠가 색다른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팀홈런수가 127개 10개팀중 8위였다. 타자 친화적인 사직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그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4번 타자 이대호를 중심으로 화끈한 장타력을 발휘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4일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 개막전에서 이대호와 최준석의 홈런포를 앞세워 5대2로 승리했다. 3연승을 달린 롯데는 두산 베어스, kt 위즈, KIA 타이거즈와 함께 공동 2위다. 페넌트레이스 출발이 기대 밖의 성과를 냈다.
걱정스러웠던 투타 밸런스가 안정적이다. 10개팀이 똑같이 4게임을 치른 이날 현재 롯데는 팀타율 2할6푼3리, 팀평균자책점 2.83으로 각각 3위, 5위를 기록중이다. 특히 팀홈런은 8개로 1위다. 이대호와 강민호가 각각 2개를 쳤고, 최준석 전준우 정 훈 신본기가 하나씩 기록했다.
이대호가 중심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니 상하위 타선에 걸쳐 장타력이 불을 뿜고 있다. 이날 넥센전 승리 후 조원우 감독은 이대호 효과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이대호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게 큰 효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1-0으로 앞선 1회말 1사 2루서 넥센 선발 최원태의 146㎞짜리 몸쪽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펜스를 훌쩍 넘겼다. 지난달 31일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에서 홈런을 터뜨린데 이어 4일만에 시즌 2호 홈런을 작렬한 것. 이대호가 사직구장에서 홈런을 친 것은 정규시즌 기준, 2011년 9월 22일 SK 와이번스전 이후 2021일만이다. 사직구장은 모처럼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이어 5번 타자 최준석이 바깥쪽 공을 밀어쳐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자 사직구장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롯데는 이대호 최준석 강민호로 이어지는 4~6번 타순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장타력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지만, 기동력은 말할 수준이 못된다. 이날 경기에서도 1회말 이대호와 최준석이 시즌 첫 연속타자홈런을 기록한 뒤 3회말에는 선두 이대호가 좌전안타를 치고 나가자 최준석이 3루수 병살타를 쳤다.
단순히 병살타가 문제가 아니라 한 베이스 더 갈 수 있는 상황에서 득점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우려다. 예를 들면 이대호나 최준석이 2루에 있고, 강민호가 안타를 쳤을 때 홈까지 이를 수 있는 득점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말이다.
이 문제는 이대호가 해외하기 이전인 2011년에도 거론됐던 이야기다. 그러나 타순을 짜는데 있어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롯데는 전준우-앤디 번즈-손아섭으로 이어지는 상위타선과 4~6번 중심타선의 조화가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조 감독은 "1~3번이 출루율이 높고, 4~6번이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동력은 참고할 수 있는 정도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걱정이 컸다면 타순을 그렇게 짜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차피 병살타도 타율과 마찬가지고 '애버리지'가 있다. 발이 느린 중심타선 때문에 경기를 망쳤다는 소리를 들은 팀은 아직 못들어봤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