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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PO 기준없는 판정, 차라리 개입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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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와 삼성의 6강 플레이오프 시리즈는 매력적이다.

역대급은 아니지만, 상당히 흥미진진하다는 평가가 많다. 전자랜드 특유의 스페이싱과 압박, 삼성의 높이와 대응이 얽히고 설키면서 매우 밀도 높은 경기력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지겹지만, 또 다시 문제는 판정이다. 4일 6강 플레이오프 전자랜드와 삼성전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심판진을 비난하지는 얘기가 아니다. 남은 플레이오프, 판정 논란을 최소화하자는 게 이 글의 목적이다.

▶1쿼터 민감했던 파울 콜

경기 초반, 전자랜드는 이례적 장면을 연출했다. 1쿼터 6분을 남기고 팀 파울에 걸렸다.

삼성 역시 4분 여를 남기고 팀 파울에 걸렸다. 몸 싸움에 매우 민감했다. 특히, 전자랜드 이대현은 1쿼터에 이미 파울이 4개였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삼성 김준일에 대한 골밑 수비를 하게 위해 내보낸 카드.

적극적 몸싸움과 팔이 살짝 살짝 엉킬 때마다 파울이 불렸다. 그럴 수 있다. 보이지 않게 팔을 쓰고, 유니폼을 잡고 한다. 이 부분에서 심판이 파울을 불 수 있다.

물론, KBL은 벤치의 후보 선수들에 대한 파울 콜이 유난히 민감하긴 하다. 이대현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백번 양보해서 판정 기준 자체가 몸싸움에 대해 엄격하다면 이해할 수 있다.

사실 1쿼터 기선을 제압했던 전자랜드 입장에서는 너무 엄격했던 파울 콜 때문에 내준 자유투로 인해 초반 분위기를 갉아 먹었다. 삼성은 밀린 흐름을 자유투로 만회하면서 반전의 토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1쿼터가 끝난 뒤 코트의 선수들과 관중, 그리고 취재진은 '오늘 판정기준은 몸싸움에 대해 엄격하게 부는 방향'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가장 상식적 판단이다.

▶확연히 변한 기준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 3쿼터 양팀은 일진 일퇴의 공방을 벌였다. 이 때, 자연스럽게 몸 싸움에 대해 휘슬이 느슨해졌다. 사실 보기에는 편했다. 지난 시즌 1라운드 처럼 몸싸움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게 흥미도를 높이는 데 가장 좋다. 세계적 농구 추세도 그렇게 간다. 사실 1쿼터 판정기준으로는 '유리농구'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게다가 KBL이 금지하는 '플라핑'이 생길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부작용도 있다.

하지만, 큰 경기, 이날과 같이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판정기준이다. NBA나 국제 농구에서도 이상한 파울 콜이 많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판정 기준이 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1경기 안에서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재앙이다.

2, 3쿼터 몸싸움이 느슨해진 것은 경기를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런데 4쿼터 중, 후반 또 다시 기준이 변하기 시작했다.

삼성의 추격 흐름이 거세지던 경기종료 1분15초를 남기고 정병국의 드리블 돌파 때 수비하던 천기범의 파울을 지적했다. 천기범이 완전히 바짝 붙었다. 정병국이 자연스럽게 팔을 감았다. 때문에 천기범은 '정병국이 팔을 감았기 때문에 공격자 파울'이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항의했다. 그리고 경기종료 58초를 남기고 4점 차로 뒤진 삼성 문태영의 골밑 슛은 강상재의 파울성 플레이였다. 림을 통과했기 때문에 보너스 자유투를 줘야 했다. 하지만 심판은 그대로 넘어갔다.

이후, 제임스 켈리가 골밑 돌파 때 문태영이 뒤늦게 커버를 들어갔다. 보통, 돌파 시 공격자 파울을 주려면, 수비자가 완벽히 골밑에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문태영이 들어가는 타이밍은 완전히 늦었다. 수비자 파울이다. 하지만 심판진은 공격자 파울을 불었다. 4쿼터 중반까지 판정 기준이 바뀌고, 중요한 순간 '보상 판정'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나왔다.

▶판정 논란 최소화하는 법

사실 기존 심판진의 능력은 부족하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KBL은 심판진 개혁의 일환으로 베테랑 심판을 대거 내보내고, 신진 심판을 전략적으로 기용했다. 그 공백이 생긴다.

그런데, 더욱 위험한 부분은 KBL의 판정 기준이 견고하지 않다는 점이다. FIBA 룰을 받아들이면서 지난 시즌 1라운드에서는 몸싸움을 전면적 허용했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다시, 예전의 판정 수준으로 돌아갔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트레블링 콜 강화, 플라핑 강조 등으로 심판과 선수들 모두 적응할 시간이 없다. 급격한 변화 때문에 판정 기준이 너무나 불안정해졌다. 가뜩이나 능력이 떨어지는 심판진에, 연맹이 정립해야 할 판정 기준까지 심하게 흔들리기 때문에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시즌 전 김영기 총재가 강조했던, 홈 경기 승리와 맞물리면서 '과도한 홈콜' 논란까지 나온다. 여기에 심판의 과도한 권위주의적 태도가 결합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판정 기준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예전, 22일 KT와 SK전을 돌이켜 보자. 4쿼터 1분50여초를 남기고 김영환의 3점슛을 공격자 파울로 선언했다. 김영환이 착지하는 과정에서 약간 발이 벌어졌고, 최준용이 걸려 넘어졌다. 당시 KBL 한 관계자는 '사실 불지 않으면 가장 이상적이었던 장면'이라고 했다. 여기에 문제 해결의 단초가 있다. 심판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 된다. 불완전하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논란을 가장 적게 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끊임없는 개입은 '유리 농구'를 만든다. 쓸데없는 논란거리를 제공한다. 심판의 쓸데없는 권위주의를 만드는 '토양'이 된다. 끝없이 판정 논란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