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는 특별한 규정이 있다. 23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3년부터 23세 이하 의무 출전 규정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23세 이하 선수(1994년 1월생 이후) 1명은 선발, 1명은 교체 명단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23세 이하 선수 1명이 선발 명단에 오르지 못하면 교체 카드가 3장에서 2장으로 줄어든다. 23세 이하 규정에 팀별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다.
'디펜딩 챔피언' FC서울은 23세 이하 규정에 속앓이를 했다. 지난 시즌 야심차게 육성한 윤승원(22)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잠재력을 가진 신예들이 있지만, 실전 활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이 "23세 이하 규정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결국 황 감독은 포지션을 바꾸는 강수를 택했다. 그는 지난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개막전에서 김한길(22)을 왼쪽 공격수로 내세웠다. 대신 기존에 왼쪽 공격수로 나섰던 윤일록을 미드필더로 내리고, 그 자리에 섰던 주세종을 벤치에 대기시켰다. 모험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김한길은 눈에 띄는 활약을 남기지 못한 채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됐다.
고민을 거듭한 황 감독은 A매치 휴식기 직후 또 한 번 과감한 변신을 꾀했다. 서울은 2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펼쳐진 전북과의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했다. 동시에 황현수(22)를 선발로 깜짝 기용했다. 2014년 서울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뒤 단 한 차례도 클래식 무대에 서지 못했던 황현수는 이날 데뷔전을 치렀다. 스리백의 중심에 선 황현수는 활발한 움직임과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팀의 뒷문을 지켰다.
또 한 명의 신인 황기욱(21)도 눈도장을 찍었다. 중앙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황기욱은 후반 33분 박주영과 교체 투입됐다. 황기욱은 수비에 안정감을 더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경기 뒤 황 감독은 "소득이라고 하면 어린 선수들"이라며 "첫 경기임에도 잘해줬다. 스쿼드를 넓히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두 선수 모두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이전부터 활용할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고 칭찬했다. 이로써 서울은 전술적 다양성은 물론이고 스쿼드 적으로도 큰 힘을 얻게 됐다.
23세 이하 규정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며 급한 불을 끈 서울은 4월 반등에 도전한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은 직전 경기에서 전북에 패하며 주춤한 상황이다. 게다가 8일 제주와의 홈경기를 시작으로 울산(16일·원정), 인천(22일·홈), 대구(30일·원정)와 잇달아 맞붙는다.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도 병행하는 만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23세 이하 고민을 해결한 서울이 4월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