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KBO리그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10개 구단 중 4개 구단의 사령탑이 바뀌었다. 5강에 들지 못한 팀 중 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 kt 위즈가 감독을 교체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된 류중일, 김용희, 조범현 감독이 팀을 떠났고 신임 김한수, 트레이 힐만, 김진욱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다. 넥센 히어로즈는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염경엽 감독이 자진 사퇴하면서 운영팀장이었던 장정석 감독이 내부 승진했다.
올해는 4개팀 감독이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았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이다. 공교롭게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인기와 관심을 받고있는 인기팀들이다.
'엘롯기'로 불리는 LG, 롯데, KIA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LG가 FA(자유계약선수) 차우찬을 영입했고, KIA는 최형우를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다. 잠잠하던 롯데는 황재균은 놓쳤지만, 이대호 복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동시에 3개팀 모두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LG는 양상문 감독 체제 하에 리빌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테랑보다 젊은 선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한층 힘이 붙었다. 지난해 4위로 정규 시즌을 마감했고, 올해는 넥센과 개막 3연전을 싹쓸이하며 기세를 올렸다. 지난해 LG는 와일드카드전, 준플레이오프에서 KIA, 넥센을 차례로 꺾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올해 양상문 감독의 재계약에도 성적과 전체 평가가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기태 감독도 부담스러운 시즌을 맞았다. 내부 FA 양현종, 나지완이 잔류하고 최형우가 합류해 전력이 탄탄해졌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팻 딘과 타자 로저 버나디나도 평가가 좋다. 김기태 감독은 부임 후 '성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쫓았고, 그 결과 지난해 2011시즌 이후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전력 보강이 된 만큼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두산 베어스의 대항마로도 꼽히지만, 변수도 많다. 선발진이 완전치 않고, 불펜도 개막 3연전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김기태 감독이 변수를 어떻게 극복하고, 성적을 내느냐가 관건이다.
롯데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지난 4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FA 영입은 꾸준히 있었지만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냉정한 평가도 따른다.
지난해 시즌을 8위로 마감하면서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조원우 감독이 교체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변화는 없었다. 다만 여전히 감독 계약 기간 2년은 하위권 팀을 수습하기에는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이 있다. 어쨌든 올시즌 팀 성적과 희미해진 팀 컬러 회복 여부에 따라 조원우 감독의 거취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가장 주목받는 팀은 단연 한화. 김성근 감독은 지난 2년간 '핫이슈메이커'였다. 계약 마지막 시즌인 올해는 한화 구단이 변화를 택했다. 감독 출신 박종훈 단장이 부임하고, 김성근 감독 권한을 축소했다. 김 감독 체제에서 꾸준히 영입했던 외부 FA도 지난 겨울에는 없었다. 대신 현역 메이저리거급 외국인 선수 3명과 부상에서 회복한 주축 선수들로 전력을 채웠다.
한화도 성적에 대한 갈증이 큰 팀이다. 많은 투자를 하면서도 정작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해 상실감이 컸다. 올 시즌은 개막 3연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두산을 상대로 1승2패를 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다. 시즌 끝까지 동력을 잃지 않고 성적을 내는 게 재계약 가능성을 높이는 유일한 길이다. 사실 한화의 최대 변수는 내부 잡음이다. 감독, 단장간의 불화가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화는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