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배우 오승훈이 '피고인'으로 호흡을 맞춘 선배 엄기준과 지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21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연출 조영광·정동윤, 극본 최수진·최창환)에서 친 형을 죽인 것도 모자라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는 박정우(지성) 검사의 아내까지 죽인 후 온갖 악행을 저지른 차명그룹 부사장 차민호(엄기준)의 오른팔이자 행동대장 김석 역을 맡은 오승훈. 그는 최근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피고인'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드라마 종영 소감을 전했다.
지난 1월 23일 시청률 14.5%를 기록하며 첫 방송을 시작한 '피고인'은 줄곧 동시간대 월화드라마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방송 7회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했으며 최종회는 28.3%까지 치솟았다.데뷔 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오승훈은 자신의 첫 드라마인 '피고인'이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해 "이 작품에 함께 한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큰 사랑까지 받아 너무나 행복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이름도 없고 분량도 적었던 '차민호의 오른팔' 캐릭터에 '김석'이라는 이름은 물론, 결정적인 역할과 충분한 분량을 넣어준 최수진·최창환 작가와 조영광·정동윤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실 처음 오디션은 태수 역(강성민 분)으로 봤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태수를 하기에는 너무 어려보인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눈이 매섭고 뱀파이어 같은 느낌이 있다며 석이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죠. 사실 석이는 이름도 없는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차민호가 이 친구를 부르긴 불러야 되니까 '석이'라는 이름이 생겼고, 석이가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분량도 늘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적은 분량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검은 모자'라고 기억해주셔서 정말 뿌듯했어요."극중 차민호의 명령이라면 살인을 비롯한 그 어떤 악행과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김석. 이에 시청자들은 도대체 왜 김석이라는 인물은 차민호의 일에 저렇게 발 벗고 나서는 걸까 궁금증을 가지기도 했다. 오승훈의 설명에 따르면 이 두 사람 사이에는 단순히 권력과 돈으로 만들어진 상하 계급이 아닌 숨겨진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작가님께서 민호와 석이가 어떻게 해서 함께 하게 됐는지를 설명하는 이야기를 쓰셨다고 했어요. 민호가 어떤 일로 인해 곤경에 빠진 석이 아버지를 도와준 은인이었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민호는 석이까지 형처럼 거둬줬고 석이는 진심으로 민호를 따른거죠. 드라마에서는 민호가 석이를 몰아붙이는 모습이 나왔지만 과거에는 민호도 분명히 석이를 아꼈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석이도 민호가 하는 일이 옳지 않은 거란 걸 알면서도 따랐을 거구요. 작가님께서 회상 장면을 통해서 이 이야기를 넣고 싶으셨는데 그렇게 되면 이야기도 너무 복잡해지기도 하고 박정우와 차민호의 관계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 빼셨다고 하더라고요."
차민호의 오른팔 역으로 차민호를 연기한 엄기준과 가장 많은 장면에서 호흡을 맞췄던 오승훈은 "연기 내공이 어마어마한 엄기준 곁에서 연기할 때 위축되지는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엄기준 선배님과 연기할 때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는 위축돼 있었다"고 답했다."선배님의 연기 내공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느껴져요. 그 내공에 위축이 안 될 수가 없죠. 안그래도 차민호라는 인물이 무서운데 선배님이 워낙에 연기를 살벌하게 잘 하시니까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촬영에 들어갈 때도 굉장히 간결하게 '이 부분은 이렇게 해보자'라고 깔끔하게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굉장히 똑똑하세요. 연기와 무대 경험이 많으셔서 어떻게 하면 좋은 장면과 연기를 할 수 있는지 딱 아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연기할 때가 아니라 평소에는 굉장히 재미있어요.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그리고 현장에서 스태프와 다른 배우들에 대한 배려심도 엄청나시죠."
또한 오승훈은 지성과 함께 연기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2008년 방영된 MBC 드라마 '뉴하트'에서 지성이 연기한 흉부외과 의사 캐릭터를 보고 '저렇게 멋진 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을 만큼 지성의 연기에 큰 감명을 받았었다던 오승훈은 그와 함께 연기를 하면서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진짜 지성 선배님을 보고 배운 게 많아요. 지성 선배님과 처음 마주친 신이 병원에서 의가 가운만 입고 도망가는 정우를 쫓는 신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장면에 슛이 들어가기 전부터 지성 선배님은 현장을 막 뛰고 오세요. 슛이 들어갔을 때 도망다니면서 가빠진 숨이나 표정 같은 걸 더 사실감 넘치게 표현하기 위해서요. 신인배우인 제가 죄책감이 들 정도로 매 신 하나하나에 엄청 공을 들이세요. 그리고 지성 선배님과 대화하는 신에서 선배님이 자신의 앵글 촬영을 다 하셨는데도 제 연기를 위해 똑같이 다시 호흡을 맞춰주세요. 선배님은 표정도 나오지 않는 제 앵글인데도 제가 몰입할 수 있도록 표정도 대사도 똑같이 맞춰주세요. 그리고 (김)민석이 형 촬영할 때도 봤는데, 지성 선배님이 민석이 형 연기를 하나하나 다 봐주고 맞춰주시더라고요. 정말 감동했어요."
이어 그는 지성이 해줬던 이야기 중 절대 잊지 못할 값진 조언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성 선배님이 제가 이런 말을 해주셨었어요. '현장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할 생각을 하지 말아라. 현장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다. 더 많이 더 열심히 더 완벽히 준비와 공부를 해서 현장에 와라. 현장은 공부가 아니라 공부한 걸 꺼내쓰는 곳이다'라고. 선배님의 이 조언은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