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배우 오승훈이 '특별한 배우 도전기'에 대해 털어놨다.
지난 21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연출 조영광·정동윤, 극본 최수진·최창환)에서 친 형을 죽인 것도 모자라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는 박정우(지성) 검사의 아내까지 죽인 후 온갖 악행을 저지른 차명그룹 부사장 차민호(엄기준)의 오른팔 김석 역을 맡은 오승훈. 그는 최근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피고인'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드라마 종영 소감을 전했다.
김석은 차민호가 계획한 악행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수습까지 도맡아 하는 행동대장. 차민호의 목을 옥죄어 오는 박정우(지성)나 성규(김민석)을 추격하고 제거하기 위해 극중 김석은 뛰고 또 뛰었다. 이에 오승훈은 "뛰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감독님이 뛰는 장면 촬영하실 때마다 미안하다고 하셨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하지만 저는 뛰는 것도 액션신도 재미있었다. 운동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그런 동적인 연기에 더 흥미를 느낀다"고 덧붙였다.지난 24일 종영한 리얼 농구 대결을 그린 예능 프로그램 tvN '버저비터'에서 Y팀 주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던 오승훈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20살까지 농구에 인생을 올인했던 농구 선수였다. 농구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그는 부상으로 인해 농구를 그만두고 연기를 시작하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원래 대부분의 선수들이 초등학교 2~3학년 때 스카우트를 받아서 시작해요. 그런데 저는 제가 좋아서 남들보다는 늦었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하게 됐죠. 농구에 완전히 미쳐있던 것 만큼 습득도 빨랐고 감독님들도 굉장히 저를 예뻐하셨어요. 중3 때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들이랑 연습게임을 뛰기도 했는데 감독님들이 정식게임 뛰어보고 나서 계약하자는 말까지 해주셨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부상이 찾아왔어요. 처음에는 손가락이 부러지고 무릎 인대도 끊어졌어요. 지금 제 무릎에 인대도 수술로 만든 인공 인대에요. 그래서 고등학교 3년을 내리 쉬었어요. 그런데도 농구가 너무 좋으니까 포기가 안됐죠. 농구를 1년 더 해보겠다고 고등학교를 1년 유급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계속 회복은 안됐고 1년 동안은 허송세월을 보냈어요."농구밖에 몰랐던 오승훈은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을까. 그는 기자의 물음에 그 어떤 포장이나 거짓 이유를 붙이지 않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훌륭한 농구 선수가 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그 꿈이 좌절 됐죠. 그리고 좌절된 꿈 만큼 상처도 컸어요. 그렇게 저를 아껴주셨던 감독님들도 제 부상이 길어지니까 저를 모른척 하고 인사도 안받아주셨죠. 그래서 그들(농구선수)보다 더 명예롭고 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들었어요. 그래서 욕심이 났던 게 배우였고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연기학원에 등록해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런 마음가짐으로 연기를 했으니 잘 됐을 리가 없죠. 바로 회의감을 느끼고 3개월 만에 그만뒀어요. 그런데 제가 그만 두기 전에 지원했던 오디션에서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거예요. 일단 가보자 싶어서 오디션을 보러갔는데 그때 김갑수 선배님, 이범수 선배님, 곽경택 감독님 등이 심사위원이었어요. 그때 저에게 시켰던 연기가 '동네 양아치'였는데 제대로 못했죠. 이범수 선배님께 혹평도 들었어요. 그런데 오디션을 마치고 나오니까 갑자기 연기에 너무 욕심이 나는거에요. 더 잘해내고 싶다. 이걸 꼭 해내고 싶다는 욕구가 밀려올라왔어요. 그래서 바로 연기 학원 선생님께 전화해서 '죄송하다. 다시 하게 해달라'고 애원했어요."돌고 돌아 연기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넘쳐난다는 오승훈. 연기를 할 때 희열마저 느낀다는 그는 앞으로도 더 좋은 연기와 더 새로운 캐릭터로 대중에게 인사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연기할 때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있어요. 연기를 하면서 제가 살면서 겪지 못할 상황에 휘말리고 하지 않을 행동을 하게 되죠. 연극 '렛미인'에서는 14살 왕따 소년을 연기했고 '나쁜자석'에서는 동성애자이자 천재 작사가를 연기했어요. '피고인'에서는 석이를 만났고요. 이런 인물들이 되어 볼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재미있어요. 그리고 현장에서 모든 스태프들의 시선이 저에게 향해 있는데 제가 저에게 주어진 연기를 잘 해냈을 때, 그 때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아요. 사실 배우는 쉽지 않은 일이에요. 스케줄도 일도 너무 불규칙하고 제가 당장 내일 뭘 할지도 알 수 없어서 약속을 잡을 수도 없고 몸 관리도 해야 하니까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을 수도 없어요. 정말 스타가 되기 전까지는 경제적으로도 힘들어요. 그런데 그런 걸 다 견딜 수 있을만큼 정말 재미있는 일이에요."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