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프로야구 개막전 흥행 참사가 참사가 일어났다.
2017 프로야구가 31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일제히 개막했다. 고척(넥센 히어로즈-LG 트윈스) 잠실(두산 베어스-한화 이글스) 인천(SK 와이번스-kt 위즈) 대구(삼성 라이온즈-KIA 타이거즈) 창원(NC 다이노스-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개막전은 어린이날 매치와 함께 흥행의 보증수표. 1년 중 전구장 매진을 기대해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날이다. 하지만 2017 프로야구 출발이 좋지 못했다. 전구장 매진은 커녕, 단 한 곳에서도 매진을 기록하지 못할 뻔 했다.
이날 경기 고척은 8013명, 잠실은 2만1121명, 인천은 1만3649명, 대구는1만3505명에 그쳤다. 창원은 경기 시작 2시간 25분 후인 9시25분 1만1000명의 티켓이 모두 팔렸다고 알렸다. 하지만 구장에는 빈 자리가 눈에 띄게 많았다.
고척은 서울 연고 인기팀 LG가 원정 상대였기에 매진을 기대해볼만 했다. 잠실도 디펜딩 챔피언 두산이 흥행의 중심 한화를 만났다. 대구는 최형우가 KIA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는 날이었고, 창원은 규모가 워낙 작기에 매진을 기대해볼 수 있었는데, 가까스로 그 기대를 충족시켰다.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단 한 경기도 만원 관중이 되지 않았다면, 99년 이후 처음일 뻔 했다. 당시 잠실 (쌍방울-LG) 부산 (두산-롯데) 대구 (한화-삼성) 인천 (해태-현대) 경기가 열렸었다.
이런 흥행 참패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일단 날씨. 이날 전국적으로 오전에 비가 내리고 쌀쌀한 날씨였다. 하지만 날씨 핑계를 대기에는 고척 경기 관중이 너무 없었다. 보통 날씨가 나쁘면 야구를 갈망하던 팬들이 고척으로 몰리기 마련인데, 그 효과가 전혀 없었다. 지난해 고척은 넥센과 롯데의 개막전이 열렸는데, 사실 관중 동원에 있어서는 롯데보다 LG가 훨씬 유리했다. 하지만 작년보다 관중이 적었다.
금요일 경기도 불리한 요소였다. KBO는 경기 개시 시간을 7시로 미루는 등 나름의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기록과 비교하면 이 역시 아쉽다. KBO는 지난해 9년 만에 금요일 개막을 부활시켰다. 작년에는 고척(넥센-롯데)과 인천(SK-kt)를 제외한 잠실(LG-한화) 대구(삼성-두산) 창원(NC-KIA) 3군데가 매진을 기록했었다.
결국 다른 요소들이 관중들의 발길을 붙잡았다과 봐야 한다. 먼저 어지러운 시국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되고, 세월호 인양 작업이 진행됐다. 조기 대선으로 정치계도 뜨겁다. 여러 이슈들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야구에까지 관심을 두기 힘들다.
가장 큰 요인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패에 이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논란이다. 최근 선수협이 팬서비스 등 구단 행사 참석을 볼모로 수당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팬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동안 사건이 터지면 늘 선수들 편이던 야구팬들이 이렇게 격앙된 반응을 보인 사례가 별로 없었다. 개막전 흥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주말 이어지는 경기도 불안하다. 잠실의 경우, 예매 현황을 보면 개막전 티켓이 가장 많이 팔려나갔는데 매진에 한참 모자랐다. 현장 티켓을 사기 위한 팬들이 모이지 않는다면 주말에도 참패를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막 5경기 중 가장 핫한 매치인데도 말이다.
고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