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의 시대다. 프로야구도 변해야 한다.
월드베이스볼클랙식(WBC) 1라운드 탈락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채 2017년 프로야구가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변해야 산다'는 모토를 앞에 내세운 KBO는 이번 시즌 다양한 시도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방향은 크게 3가지다. 십수년째 논란이 돼온 스트라이크존을 손보겠다고 했다. 10개 구단 체제 3번째 시즌을 맞은 역대 최다 관중 동원을 목표로 세웠다. 보다 객관적인 판정을 위해 메이저리그식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 정규시즌서도 유효할까
KBO 심판위원들은 각 팀 전지훈련 캠프에서 스트라이크존 변화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방침을 전달했다. 올시즌부터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야구규칙에 명시된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상하좌우 모두 후하게 주겠다는 것이다. 즉 WBC에서 적용된 스트라이크존을 따라한다는 뜻이다. 이미 지난 시즌 후 이 문제가 공론화됐고, 각 구단의 전지훈련 연습경기를 통해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이 선수들에게 소개됐다. 극단적인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조치다. 실제 이번 시범경기서 전체 타율과 평균자책점은 2할6푼6리, 4.40이었다. 지난 시즌 전체 타율 2할9푼, 평균자책점 5.17에서 두 수치 모두 크게 줄어들었다. 물론 시범경기가 58게임 밖에 열리지 않아 객관적인 의미를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심판위원들은 눈에 보일 정도로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해서 적용했다. 날고 긴다는 타자들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장면이 많았다. 문제는 이같은 스트라이크존 확대 적용이 시즌 내내 이어질 수 있느냐이다. KBO리그는 타고투저가 두드러질 때마다 다음 시즌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약속하곤 했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지나 시즌 개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의 존으로 '회귀'되는 현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경기중 박빙의 승부가 이어질 경우, 판정을 두고 민감한 반응들이 나오기 때문에 넓은 스트라이크존이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인색해진다는 이야기다. KBO는 "올해는 주어진 틀 안에서 좀더 스트라이크를 넓게 보고 콜을 하게 될 것이다. 시범경기 동안 적응 과정이 있었고, 약간의 착오도 있었다. 적응하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고 시즌 들어가서도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2년 연속 800만 넘어 900만까지?
지난해 KBO리그는 역대 최다인 833만9577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사상 첫 800만 관중 돌파다. 올시즌 KBO의 관중 목표는 878만6248명이다. 각 구단이 제출한 관중 목표치를 합산한 것이다. 지난해보다 5.4% 많은 수치다.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나란히 120만명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구도'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는 이대호 효과를 등에 업고 100만명 관중을 목표로 잡았다. 이어 SK 와이번스가 95만명, 지난 시즌 새 구장 효과를 톡톡히 본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가 각각 88만명과 80만명, KIA 타이거즈가 78만1200명, kt 위즈가 73만명, 한화 이글스가 64만명, NC 다이노스가 60만48명을 끌어모으겠다고 선언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 즉 타고투저 완화 방침도 관중 동원을 위한 측면이 없지 않다. 중요한 것은 화끈한 플레이를 펼치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변혁의 시작은 스포츠정신을 저버리는 부정과 비리다. 각 구단과 KBO도 이를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했다. 덧붙여 올시즌에는 순위 싸움이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위팀간 전력이 평준화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년 연속 최하위에 멈춘 kt의 도약이 예상되고,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와 한화, 삼성, SK도 나름대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디펜딩챔피언 두산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지만, 추격하는 팀들의 전력과 각오도 만만치 않다.
▶비디오 판독,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을까
명칭이 심판 합의판정에서 비디오 판독으로 바뀌었다. 심판진이 현장에서 TV 화면을 보고 판정을 했던 방식에서 KBO가 마련한 중앙 센터에서 화면을 보고 판정을 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방식이다.
기존 TV 중계화면 뿐만 아니라 구장마다 설치한 3대의 카메라가 잡은 화면이 판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KBO는 각 구장 포수 뒤쪽과 1루, 3루쪽 덕아웃 위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중앙 카메라는 2루를 잡고, 1루와 3루 카메라는 1루를 함께 잡는다. 아무래도 1루에서의 아웃-세이프 판정이 비디오 판독의 80%에 이르기 때문에 카메라 2대를 집중시켰다. 물론 기존의 중계 화면도 비디오 판독에 큰 역할을 한다.
KBO는 "작년까지는 전적으로 TV 화면으로만 판독을 했지만, 이제부터는 기존 TV 화면 뿐만 아니라 개별적으로 설치한 카메라까지 총 10대(TV 화면 7대, 별도 카메라 3대)의 화면으로 판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센터에는 판독센터장을 포함해 총 3인의 비디오판독 위원이 경기를 지켜본다. 아무래도 정확정,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