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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경질? 축구협회의 숨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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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질이요? 고민은 합니다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둘러싼 대한축구협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과의 6차전(0대1 패)에 이어 시리아와의 7차전에서도 '반(反) 슈틸리케' 정서가 들끓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전 1대0 승리로 조 2위를 지켰지만 이른 선취골 이후 불안했던 경기내용과 미흡한 부분 전술 등으로 비판 여론을 잠재우지 못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해 슈틸리케 감독이 자진 사퇴를 결심하지 않는 이상 결정권을 축구협회가 쥐어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입장을 살펴본 결과 현재는 '유임'쪽에 무게가 실린 분위기가 감지된다.

가장 유력하게 대두되는 이유가 '대안 부재론'이다. 복수의 협회 관계자는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마땅히 대안을 찾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축구협회가 감독 교체를 염두에 둔 이른바 '플랜B'를 검토한 적은 있다. 작년 1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5차전을 앞두고 있을 때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와 2차전 0대0 졸전 이후 이란과의 4차전 '유효슈팅 0개' 패배(0대1)에 이어 설화에 휩싸이며 맹비난을 받았다. 우즈벡전까지 패배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조 2위로 올라서지 못하면 중대 결정을 하려고 했지만 기사회생하면서 '경질론'이 힘을 잃었다.

이후 4개월이 흘렀다. 그 때와 달리 조 2위를 지키고 있다는 현실이 존재한다. "(감독을)교체하려고 했으면 그 때 했어야지 지금은 돌파구가 너무 좁다"는 게 협회의 딜레마다.

우선 새 감독을 모셔온다고 가정하면 내년 러시아월드컵까지 1년 정도 단기계약을 해야 한다. 러시아에서의 성적이 어떻게 날지 모르기 때문에 2022년 월드컵까지 장기 보장을 할 수 없다. 여기에 슈틸리케 감독의 연봉은 20억원에 약간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중국전 때 무려 242억원을 받는 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과 화제성으로 비교되기도 했다.

축구팬들의 눈높이까지 고려하면 이런 연봉 수준과 계약기간에 'OK'할 외국인 감독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종예선이 한창이 상황에서 새 감독 부임 이후 선수파악, 선수단 재정비 등에 걸리는 시간도 걸림돌이다.

정몽규 회장의 인재경영 스타일도 무시할 수 없다. 정치인이기도 했던 전임 정몽준 회장은 '여론'에도 비중을 두는 반면 정몽규 회장은 한 번 믿고 쓴 사람은 쉽게 버리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정 회장이 슈틸리케의 거취에 대한 발언을 한 사례에서도 이런 스타일이 잘 나타났다. 작년 이란전 이후에는 "서양과 우리의 표현방식,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해가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성원해주는 것이 한국축구를 위해 나은 길이다"라고 했고, 최근 중국전 이후에는 "지금은 감독의 거취를 논할 시기가 아닌 것 같다"며 '경질론'을 경계했다.

다만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달라지지만 그러지 않고는 소신있게 기회를 준다는 것. 이런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일화가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홍명보 당시 감독이 조별리그에서 실패하며 교체론이 달아올랐을 때다. 정 회장은 월드컵 결과를 가지고 홍 감독을 교체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선수단 회식 동영상 논란이 불거지면서 더 이상 걷잡을 수 없는 여론 악화 상황이 되자 눈물을 머금고 교체를 결정했다고 한다.

회식 동영상 논란이 '최악의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보자면 이번 시리아전 패배와 작년 우즈벡전 패배가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지 않았으니 협회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좁아지고 있다.

여기에 주장 기성용 등 선수들에게서 "감독 탓을 할 게 아니라 선수들이 더 문제다"라는 자기반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협회의 딜레마는 한층 깊어지고 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