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이 밝았다.
슈틸리케호가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을 치른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패배는 나락이다. 슈틸리케호를 둘러싸고 있는 부정적인 기류를 걷어내기 위해서도 승리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단두대매치, 승리를 위한 3가지 조건을 짚어봤다.
▶템포를 올려라
최종예선 내내 슈틸리케호의 플레이는 똑같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한대로 매경기 볼을 점유했다. 하지만 점유율은 허상이었다. 볼을 갖고 있었을 뿐 우리가 경기를 주도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느린 템포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느리게 볼이 흘러가다보니 상대는 수비를 정비할 시간을 벌었고, 우리는 그 밀집수비 속에 뒤늦게 들어가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발 빠른 선수들이 많은 한국축구는 '업템포'에 강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점유율에 사로잡혀 '템포'를 놓쳐버렸다. 템포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빠르게 볼을 돌려야 하고, 빠르게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시리아 수비가 강하기는 하지만 철옹성은 아니다. 우리가 파고들 공간이 충분히 있다. 이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빠른 템포'다.
빠른 템포는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템포가 빨라질수록 손흥민이 속도를 높일 수 있고, 더 많은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 만들어 나가는데 너무 집중할 필요가 없다. 한번에 넘어가는 것도 답이 될 수 있다.
▶세트피스를 활용해라
세트피스는 프리킥, 코너킥 등 볼이 정지된 상황에서 경기가 전개되는 플레이를 의미한다. 축구에서 가장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루트다. 약속된 플레이 한번으로 골을 넣을 수 있다. 특히 '인의 장막'을 걷어내는 최고의 수단이다. 세트피스 순간만큼은 밀집수비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세트피스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이번 최종예선 들어 세트피스 상황에서 넣은 골은 단 1골에 그쳤다. 지난해 9월1일 중국과의 최종예선 1차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손흥민이 프리킥한 볼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머리를 거쳐 문전으로 흘렀고, 중국의 백전노장 정즈(광저우 헝다)의 발맞고 굴절돼 그대로 골로 연결됐다. 세트피스로 활로를 연 한국은 이날 3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이후 5경기에서 총 28번의 코너킥, 58번의 프리킥 기회를 얻었지만 단 한골도 넣지 못했다. 무엇보다 상대를 현혹시킬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눈빛만 봐도 통할 수 있는 확실한 루트가 있어야 한다. 약속된 세트피스를 통해 공격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물론 세트피스 수비에서도 집중력을 잃어선 안된다.
▶실점은 금물
시리아전 지상과제는 승리다. 공격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공격 일변도로 나서면 안된다. 시리아는 선수비 후역습을 팀컬러로 한다. 역습 속도가 빠르고 날카롭다. 자칫 밸런스가 무너진 채 경기를 하다보면 상대에 '틈'을 줄 수 있다. 안정된 공수밸런스는 물론 상대의 역습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하다.
실수도 줄여야 한다. 최종예선에 진출한 팀은 대부분 '한 칼'이 있다. 슈틸리케호는 매 경기 잔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실수가 나올 경우 치명타로 돌아올 수 있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선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무리하지 않고 정돈된 플레이를 해야한다. 서두르다 보면 엇박자를 낼 수 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의 독은 부담감이다. 선제 실점은 그 부담감을 배가시킬 수 있다. 지금처럼 처진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공격만큼이나 안정된 수비는 필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