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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전에 슈틸리케-한국축구의 운명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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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판에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한국 축구의 운명이 걸렸다.

슈틸리케호가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을 치른다.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시리아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무승부도 안된다. 패배시 후유증은 예측하기 어렵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다.

한국은 최악의 위기다. 23일 중국과의 6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대1로 패했다. '창사 쇼크'였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시계 제로가 됐다. 1위 이란은 한걸음 더 달아났다. 카타르를 1대0으로 꺾은 이란은 승점 14점(4승2무)으로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한국(승점 10·3승1무2패)은 우즈베키스탄(승점 9·3승3패)이 시리아에 0대1로 패하며 가까스로 2위를 지켰다. 아시아 지역은 각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각조 3위는 플레이오프(PO)를 거친 후 북중미 팀과의 대륙별 PO를 펼친다.

시리아전이 끝나면 카타르(원정·6월13일)-이란(홈·8월31일)-우즈벡(원정·9월5일)이라는 만만치 않은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이번 최종예선 들어 원정에서 승리는 커녕(1무2패),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이란은 원정이든, 홈이든 언제나 힘든 상대다. 홈에서 승리한 것은 2005년 10월 친선경기(2대0)가 마지막이다. 시리아전에서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한다면 러시아로 가는 길은 가시밭길을 넘어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낭떠러지로 바뀐다.

한국축구의 위기는 곧 슈틸리케 감독의 위기다. 그에게도 시리아전은 자칫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에서 역대 최장수 A대표팀 감독(2년 186일·이전 기록은 허정무 감독이 갖고 있던 2년 181일)이라는 기록을 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정표가 된 바로 그 중국전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민심은 이미 그에게 등을 돌렸다. 팬들은 '경질'을 외치고 있다. 사실 슈틸리케 감독이 자초한 부분이 크다. 원칙에서 벗어난 선수선발, 무색무취의 전술, 뻔한 패턴의 용병술은 물론 "소리아(카타르의 귀화선수) 같은 공격수가 없어서 졌다", "이런 분위기라면 이란에 가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등 귀를 의심케 하는 설화로 수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는 사이 단단해져도 모자랄 팀워크는 한없이 약화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1월 우즈벡과의 5차전에서 패했을 경우 경질이 유력했다. 실제 대한축구협회 역시 내부적으로 이별을 결정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단두대매치에서 2대1 역전승과 함께 살아남았다. 달라진 축구를 기대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그대로였다. 중국전에서는 오히려 내용이 더 나빠졌다. 남탓으로 돌리는 슈틸리케 감독의 대응도 여전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감독 교체 계획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팬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본인의 거취 보다는 러시아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축구계에서 40년간 종사하면서 지도자의 길이 쉽지 않은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지금은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것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종예선에서 2패를 당한 것이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에 동감한다"며 "하지만 분명한 점은 앞으로 좋은 쪽으로 변화를 주면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리아전을 넘지 못한다면 변화의 기회가 영영 사라질 수도 있다. 시리아전은 벼랑 끝 승부다.

단두대매치는 슈틸리케 감독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축구다. 슈틸리케 감독은 떠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계속된다. 만에 하나 러시아행에 실패할 경우 한국 축구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의 늪에 빠질 수 있다.

한국축구에서 월드컵은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한국축구사는 곧 월드컵과 맥을 같이 한다. 한국 축구가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것은 1954년 스위스 대회였다. 하지만 이후 월드컵은 먼 나라 얘기였다. 두 번째 기회가 오기까지 무려 32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1986년 멕시코 대회였다. 다시 30년이 훌쩍 흘렀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한국 축구의 소중한 발자취였다. 대한축구협회가 연간 예산이 1000억원을 넘는 대형 조직으로 탈바꿈한 것도 월드컵 무대에 어김없이 진출했던 발자취가 절대적인 힘이었다.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한국팀 없는 월드컵을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폰서가 떨어져 나갈 것이고, 그간 추진해온 사업들도 올 스톱될 수 있다. 엄청난 암흑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괜한 우려가 아니다.

그래서 시리아전이 중요하다. 한국축구와 슈틸리케 감독의 운명이 걸린 단두대 매치. 이번에야말로 진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