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고아성이 몰입감을 높이는 명품 연기력을 과시하며 계약직 인턴 직원 '은호원'으로 빙의해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고 오뚜기처럼 일어서는 은호원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와 깊은 공감을 선사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새 수목 미니시리즈 '자체발광 오피스'(극본 정회현 / 연출 정지인, 박상훈) 3회에서는 은호원(고아성 분)이 계약직으로서의 설움, 시한부 인생으로서의 고통을 절절한 눈물과 익살맞은 개그로 표현해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고아성이 그려낸 눈물과 웃음은 은호원의 '사직서 구출작전'부터 시작되었다. 회식에서 나와 회사에 사직서를 내러 갔다 우연히 서우진 부장(하석진 분)을 만난 은호원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서 부장 앞에서 자신의 인생이 가여워 북받치는 눈물을 흘리며 주사를 부린다. "이렇게 죽기는 싫었어요"라고 자신의 상황을 은근히 내보이지만, 서 부장은 "죽을 각오는 해 봤어?"라고 냉소를 날릴 뿐이다.
고아성은 '큰 슬픔을 견디는 데는 작은 기쁨이면 충분하다 했다'며 출근길 5만원을 줍고 기뻐하는 코믹한 연기는 물론이고, 슬픔을 표현하는 장면조차 웃음 코드를 녹여내는 노련함을 보이며 현실 연기에서 슬픔, 코믹연기까지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장의차를 보고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꺼이꺼이 우는 장면조차 코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연기력을 폭발시켰다.
고아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맹활약을 펼치며 대체 불가능한 연기력을 입증했다. 은호원이 얼결에 조석경 과장(장신영 분)의 책상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 사직서가 서우진 부장이 검토하는 서류 틈에 들어가자 원수 같은 서 부장에게 애교를 피우며 사직서를 빼내려 하는 등 코믹 코드는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포스터를 붙이러 간 매장의 침대에서 잠들어 품평회를 망쳐버리고, 진짜 사표를 쓰며 박상만 부장(권해효 분)이 하청업체의 접대를 받고 노래방에서 부하직원에게 추근댄다는 내용을 도기택(이동휘 분) 장강호(이호원 분)에게 메일로 보내려다 직원 모두에게 발송하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샀다.
우연히 내부고발자가 되어 버렸지만, 본부장 앞에서 메일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밝히며 사회성 제로의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계약직에 대해 험담하는 공채들에게 "제가 그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계약직인데요. 저는요. 죽을 뻔이 아니라 진짜 죽거든요?"라고 분노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 '사이다'를 안겼다.
특히 고아성의 분노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 사내 승진을 위해 사실을 말하지 않고 은호원이 술에 취해 잘못 본 것으로 몰고 간 장강호의 모습을 보며 억울해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공채들에게 종이컵을 던지며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은 오래 동안 쌓인 억울함이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결국 "저 못 그만둬요!"라고 선언하는 모습에서 분노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반면 고아성은 서현(김동욱 분)의 병원을 찾아 "잘 생겼다"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거나, 쇼룸의 침대와 화장대 등을 이용하며 "이런 집에서 살아보고 싶었는데…"라며 아련한 표정을 지어보일 때에는 담백한 감정 연기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예고편에는 서우진 부장이 은호원을 마케팅부에서 일하게 허락하는 장면이 등장해, 앙숙 같으면서도 어딘가 똘끼가 통하는 두 사람이 힘을 합해 나갈지 궁금증이 모아진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계약직 신입사원의 갑을 체인지 오피스 입문 드라마로, MBC 드라마 극본 공모 당선작이다.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 MBC를 통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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