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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원 감독이 일으킨 KGC의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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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아."

KGC인삼공사는 위 보단 아래가 익숙한 팀이다. 2011~2012시즌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1위를 했던 순간은 빛 바랜 '흑백 사진'이 됐다. 당시 챔피언결정전서 현대건설을 3승2패로 제압하고 최정상에 올랐던 기쁨도 옛말이다.

이후 긴 터널에 접어들었다. 2012~2013시즌 최하위인 6위로 처졌다. 2013~2014시즌 3위를 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러더니 2014~2015, 2015~2016시즌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무르는 수모를 겪었다.

결단을 내렸다. 사령탑을 교체했다. 2016년 4월 서남원 감독을 선임했다.

시작은 불안했다. 1라운드서 1승4패로 최하위였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상황이 조금씩 나아졌다. 5라운드까지 12승13패 승점 36점으로 4위였다. 당시 3위 현대건설(승점 37)과의 격차는 승점 단 1점 차이. 봄 배구 진출 꿈을 꿨다.

해냈다. 6라운드서 뒷심을 발휘해 3위로 치고 올라갔다. 승점은 44점. 현대건설(승점 41)을 따돌리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기쁨도 잠시, 불안감이 엄습했다. 봄 배구가 오랜만이었다. 신인급 선수들이 많아 팀 분위기가 경직됐다.

플레이오프 상대는 IBK기업은행. 전통의 강호다. IBK기업은행은 봄 배구 단골손님이다. 무게추는 IBK기업은행 쪽으로 기울었다.

18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KGC인삼공사는 세트스코어 3대1로 패했다.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이 때 서 감독의 '봄 바람'이 KGC인삼공사를 감쌌다. "괜찮아 괜찮아."

서 감독은 얼어붙은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얼마나 긴장됐을까." 서 감독은 회복에 집중하는 동시에 선수들의 부담 덜기에 주력했다.

선수들도 화답했다. '우리는 안 될거야'라는 마음이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로 바뀌었다.

그렇게 맞이한 20일 2차전. 모두가 놀랐다. KGC인삼공사가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대1로 눌렀다. 모두가 얼싸안았다. 서 감독도 웃었다.

22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최종전이 열렸다. 서 감독은 웃었다. "부담 버리고 즐기라고 했어요. 단 놀지는 말라고 했죠. 즐기는 것과 노는 것은 다르잖아요."

경기 초반부터 접전이었다. 하지만 끈을 놓지 않았다. 1세트를 25-23으로 챙겼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KGC인삼공사는 2세트와 3세트를 각각 16-25, 11-25로 내주더니 4세트에서도 고전을 하며 플레이오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봄배구에서 보여준 KGC인삼공사의 행보는 깊은 인상을 심었다.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화성=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