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운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스포츠조선 객원기자로 독자와 함께 한다. 이 전 감독은 현재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와 훈련이 펼쳐지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여러 팀을 돌며 야구 공부 중이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또 KBO리그 시즌이 시작하면 새로운 시각, 다양한 시점에서 프로야구 얘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편집자주>
현장에서 지켜본 류현진, 역시 최고의 투수였다.
류현진(LA 다저스)이 밀워키 브루어스전에 선발 등판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22일(한국시각) 다저스의 스프링캠프인 글렌데일 캐멀백랜치(미국 애리조나주)를 찾았다. 어깨 수술 후 힘든 재활 시간을 이겨내고 시범경기에서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그를 직접 보고 싶었다.
경기 시작전 솔직히 조마조마했다. 야구 선배, 객원기자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류현진의 재기를 응원하는 마음에서였다. 지난 두 차례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다시 아프지는 않은 지, 내가 현장을 찾아 혹시 성적이 안 좋아지는 건 아닌지 걱정도 했다.
하지만 쓸 데 없는 걱정이었다. 류현진은 완벽했다. 4이닝 1안타 무실점. 점수를 주지 않아 완벽했다는 뜻이 아니다.
이날 류현진의 피칭을 두 부분으로 요약하면, 자신감과 경기 운영 능력이다. 먼저 자신감. 밀워키전에서 류현진은 제구력과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을 확실히 찾은 느낌을 줬다.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을 해왔기에, 복귀에 대한 부담이 많았을 것이다. 때문에 앞서 치른 LA 에인절스전과 시카고 컵스전은 제구 위주의 피칭을 했다. 하지만 밀워키전은 확실히 힘있게 공을 뿌리며 자기 스스로 몸상태를 체크하는 느낌을 받았다. 앞선 두 번의 투구로 몸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시험을 치렀다는 뜻이다. 덕분에 볼끝이 더 살아난 듯 보였다.
두 번째는 경기 운영 능력이다. 류현진이 왜 대단한 투수인지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3회 7번 스쿠터 제넷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나온 8번 매니 피냐와의 대결에서 투구수가 9개까지 늘어났다. 풀카운트에서 지독한 커트 싸움이 벌어졌다.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하고, 8번 타자와 맞대결에서 고전하며 흔들릴 수 있었다. 그런데 류현진은 1루 견제를 하고, 1루수와 잠시 얘기를 나누며 자기만의 시간을 벌었다. 그리고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이겼다. 헛스윙 삼진. 자신만의 타이밍을 잡고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현장을 찾은 메이저리그 관계자들도 류현진의 침착한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투수는 좋은 공을 던져야 한다. 다만 좋은 공이라는 것은, 구위에 경기 운영 능력이 겸비돼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류현진은 이 능력이 탁월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투수 평가를 받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밀워키전 투구를 직접 지켜보니, 앞으로의 류현진이 더욱 기대된다. 다만, 어깨 부상이 재발하지 않는 게 관건이다. 관리를 잘해야 한다. 또, 아직은 선발 경쟁이 끝나지 않았다. 류현진이 아무리 잘 던져도 마지막 선택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몫이다. 일단 구단에 자신의 몸상태와 가치를 확실히 어필하는 게 우선이다. 어찌됐든,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부활을 날갯짓을 하고 있는 류현진을 칭찬해주고 싶다.
이종운 스포츠조선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