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올랐다. 또 기대하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로 인한 반한 정서, 극성스런 중국에서의 원정경기 약점?
이것 저것 따질 필요가 없다. 반드시 이기고 돌아와야 한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 중국과의 원정경기를 앞둔 슈틸리케호의 숙명이다.
조별리그가 반환점을 돈 현재 2위를 기록중인 한국은 이번 중국전에 후반기 첫 단추를 잘 꿰야 남은 일정을 순탄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
축구에서 승리는 곧 골이다. 골을 하나라도 넣지 않고서는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 이번 중국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할 유력한 후보는 뭐니뭐니 해도 이정협(26·부산)이다.
이정협은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15년 슈틸리케 감독에게 발탁돼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스타덤에 올랐다.
2016년 시즌 챌린지로 강등된 부산에서 클래식 울산으로 임대 이적했지만 팀 내에서조차 출전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하며 대표팀과 한동안 멀어졌다. 올 시즌 친정팀 부산으로의 복귀를 앞두고 대표팀에 8개월 만에 발탁된 뒤 2017년 시즌 챌린지 개막전부터 3경기 연속골로 화려하게 부활 중이다.
이정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는 이런 상승 페이스 때문만은 아니다. 리듬을 타는 특유의 스타일이 뒷받침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협의 역대 출전일지를 분석해보면 리그와 A대표팀에서의 상승곡선이 묘하게 이어지는 특징이 발견된다.
A매치 16경기 출전에 5골을 넣은 이정협이 '슈틸리케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월 호주아시안컵. 이 대회에서 그는 총 6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호주아시안컵을 앞두고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되기 전 이정협은 군 복무차 상주 상무 클래식 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2014년 시즌 24경기에서 2골에 그쳤던 이정협은 시즌 최종전인 11월 29일 경남전에서 2골을 몰아넣으며 대미를 장식했다. 여세를 몰아 A대표팀에 차출돼 동계훈련을 거친 뒤 호주아시안컵에서 A매치 3경기 만에 데뷔골(2015년 1월 17일 조별리그 호주전·1대0 승)을 넣으며 8강행을 이끌었고 이라크와의 준결승(1월 26일·2대1 승)서도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정협의 A매치 3호골(2015년 6월 11일 친선경기 UAE전·3대0 승) 직전에도 리그에서의 기분좋은 예열이 있었다. 당시 챌린지 리그 상주 소속이던 이정협은 5월 30일 강원전 1골에 이어 6월 3일 경남전에서 프로 데뷔 첫 해트트릭을 기록한 뒤 발걸음 가볍게 대표팀으로 향했다. 대표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한 뒤 곧바로 치른 6월 20일 서울이랜드전서도 골을 넣었다.
이후 경기 중 불의의 안면골절상으로 오랜기간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는 2016년 3월 24일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 레바논전에 다시 부름을 받아 1대0 결승골을 터뜨리며 부상 회복을 알렸다. 공교롭게도 레바논전 차출을 마치고 울산으로 복귀한 지 2경기 만인 광주전(4월 9일)에서 리그 10개월 만에 골맛을 봤다. 이정협의 가장 최근 A매치골은 2016년 11월 11일 캐나다와의 친선경기(2대0 승)다. 울산에서의 시즌을 마쳤을 때다.
부산에서 새 출발을 한 뒤 다시 상승세를 타며 대표팀으로 달려간 이정협. 이번에도 리듬을 제대로 탔다. 이정협은 지난 19일 대표팀 소집 직전 경남전 출전을 자원하면서 "나는 몸을 아끼기 위해 쉬는 것보다 페이스가 좋을 때 팀을 위해서나 나를 위해 출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역대 기록을 보면 괜한 말이 아니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