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성적과 KBO리그 흥행, 어느 정도까지 상관관계가 있을까. 국제대회에서 거둔 호성적이 국내 리그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 KBO리그 선수들이 대표팀 주축 전력으로 좋은 활약을 하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리그로 이어진다. 2006년 1회 WBC 4강, 2009년 WBC 준우승,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은 KBO리그 도약의 기폭제가 됐다. 리그 위상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WBC, 올림픽이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10여년간 WBC 등 국제대회는 KBO리그의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반대 상황에선 어떨까. 한국대표팀이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탈락하자 국내 리그 흥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만만하게 봤던 이스라엘을 맞아 빈타에 허덕이고, 네덜란드에 0대5 완패를 당하고, 또 대만과 연장 승부에서 겨우 이긴 대표팀 전력은 실망스러웠다. KBO리그 선수가 주축이 된 대표팀의 준비 부족, 선수들의 사명감 부족에 대한 날선 비판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대회 시작 전부터 대표팀 코칭스태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성적 부진에 따른 후폭풍을 크게 걱정했다. 국제대회 때마다 성적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첫 국내에 유치한 첫 대회이기에 더 그랬다.
WBC 1라운드 탈락이 결정되고 5일 후인 지난 14일 시작된 KBO리그 시범경기. 경기장을 찾은 관중수를 보면, WBC 참패의 영향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 주말 부산과 광주, 마산, 대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10경기에 총 6만7148명, 경기당 평균 6715명이 입장했다. 무료인 평일 경기와 달리 주말 경기는 유료다. 구단마다 주말 입장티켓 가격에 차이가 있는데, 한화 이글스는 정규시즌의 50%, KIA 타이거즈는 성인 기준 3000원이다.
1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SK 와이번스 경기에 8157명, 19일엔 9417명이 찾았다. 이틀간 1만7574명이 달라진 KIA를 보면서 야구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1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t 위즈 경기엔 7540명이 입장했고, 같은 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개최된 롯데 자이언츠-LG 트윈스전은 7190명이 지켜봤다.
새얼굴, 새전력이 팬들의 발길을 잡아끌었다. 광주와 대전, 부산구장 모두 관중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올시즌 KIA와 한화, 롯데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는 관중수다. KIA는 FA(자유계약선수) '강타자' 최형우를 영입해 타선을 강화했다. 한화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원투 펀치'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가 주말 경기에 등판했다. 부산팬들은 6년 만에 돌아온 '부산 사나이' 이대호를 보며 환호했다.
14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시범경기 첫 주 30경기 입장관중은 총 10만7048명, 경기당 평균 3568명이다. 지난해 81경기, 총 30만2291명, 평균 3732명에 살짝 못 미친다.
그런데 시범경기는 정규시즌 개막이 다가올수록 관중이 증가한다. 더구나 이번주에는 서울 잠실구장에서 6경기가 열린다. 주말인 25~26일에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잠실구장에서 만나는 일정이다. 또 LG는 주중인 21~22일 kt전을 오후 1시가 아닌 오후 5시에 시작해 야간경기로 치른다 현재 분위기를 보면, 지난해 시범경기 평균관중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KBO 관계자는 "WBC 1라운드 탈락이 리그의 콘텐츠 가치를 떨어트린 측면이 있긴 해도, 국제대회 성적 하나로 인해 흥행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했다. 지속적으로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KBO리그가 취약하지만은 않다는 설명이다. 물론, WBC에서 좋은 결과를 냈다면, 더 밝은 시즌을 얘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