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 3대 주체 중 가계의 위기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 세수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상장사의 순익도 사상 최대치로 추정되지만 가계는 소득은 줄고 일자리 구하기는 힘든데 빚은 늘었다. 소비 주체인 가계의 위기가 경제 전체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전국 2인가구 이상)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0.6% 늘었는데,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지난해 물가 인상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0.4% 줄었는데, 가계 실질소득 감소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103만8000원으로 사상 최대치였지만, 소비를 줄인 결과였다. 지난해 가계 소비지출은 0.5% 줄었다. 관련 통계가 나온 2003년 이후 첫 감소다. 지난 2월 실업자 수는 135만명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당시와 비슷하다. 2월 기준으로는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2월 실업률은 5.0%로 2월 기준으로는 2001년 2월 이후 가장 높다.
가계신용(가계빚)은 지난해 말 1344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증가폭(141조2000억원) 역시 사상 최대였다. 여기에 대출 금리는 오름세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추가 이자부담이 9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저신용, 저소득, 영세 자영업자들의 금리 부담은 더 늘어난다. 전체 소득에서도 가계의 몫은 줄고 있다. 국민총소득에서 가계(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 포함)의 비중은 1997년 69.3%에 달했지만 2015년 62.0%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업의 비중은 16.7%에서 24.6%로 확대됐다. 정부 비중은 14.0%에서 13.4%로 소폭 축소됐다.
이에 비해 정부는 '세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242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4조7000억원(11.3%) 증가했다. 국세수입과 증가액 모두 사상 최대다. 지난해 세수 증가율은 실질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경상성장률(4.0%)의 3배에 육박한다. 사실상의 증세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월급쟁이들이 내는 근로소득세는 지난해 사상 처음 30조원을 넘어서며 전년보다 14.6% 늘었다. 올해 1월 국세수입은 33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조8000억원 늘어 호조세를 이어갔다. 국가채무는 증가세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0% 미만이어서 100%가 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낮다.
기업들도 영업환경은 악화됐지만, 사상 최대의 순이익이 예상되고 '현금 곳간'도 넉넉하다. 미래에셋대우는 1901개 상장사의 작년 실적을 추산한 결과,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58조원과 107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업의 순이익 증가는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들인 순환출자제한 대상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7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기업의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도 증가했다. 이러한 개선된 현금 상황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 부채비율(자기자본과 부채를 비교한 비율)은 2012년 88.3%에서 작년 6월 말 75.9%로 줄었다. 중소·영세기업은 어렵지만 전반적 기업 부채는 호전된다고 볼 수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