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두려워하는데, 굳이 안낼 이유는 없잖아요?"
넥센 히어로즈는 오는 31일 홈 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 LG 트윈스와 정규 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개막전 선발투수를 두고 장정석 감독도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단연 '원투펀치'를 맡아줄 앤디 밴헤켄과 션 오설리반이다. 하지만 최근 컨디션과 페이스를 고려하면 밴헤켄이 조금 더 유리하다. 장정석 감독은 '개막전 선발은 밴헤켄이 유력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슬며시 웃으며 "현재로는…. 하지만 한번 더 보겠다"고 했다.
오설리반도 넥센이 기대를 걸고있는 외국인 투수다. 옵션 포함 110만달러(약 13억원)의 몸값은 구단 내에서 유례 없었던 파격적인 조건이다. 밴헤켄의 나이와 체력 등을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설리반이 1선발을 맡아주길 바라는 기대치가 포함됐다.
현재까지는 오설리반이 적응 기간을 거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첫 실전에 나섰을 때, 매 경기 많은 안타를 맞고 실점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오설리반의 투구를 지켜본 관계자들도 "아직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할 만큼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는 조금씩 자신의 원래 페이스를 찾고 있다. 지난 15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했던 오설리반은 4이닝 동안 2안타 3삼진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주자가 나갔을 때 보크를 내주고 제구가 흔들리는 등 불안한 모습도 나왔지만, 시범경기 데뷔전인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직구 최고 구속도 148㎞을 기록했다.
상대팀 NC 김경문 감독도 "처음 온 외국인선수를 한두 경기 가지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단 오설리반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아닌가. 좋은 공을 가지고 있더라"고 호평했다.
장정석 감독도 "환경적인 차이가 분명히 있다. 오설리반은 마운드가 딱딱한 미국에서 오래 뛰었었고, 오키나와 연습 구장들은 마운드가 훨씬 부드러웠다. 연습경기 부진은 신경쓰지 않고, 시범경기를 통해 파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설리반은 첫 등판을 마치고 "분위기나 마운드 컨디션이 훨씬 좋아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개막전 선발이 밴헤켄 쪽으로 더 무게가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올해로 KBO리그 6년 차인 밴헤켄은 노련함만 따지면 팀내 최고다. 연습경기 때부터 컨디션도 좋다. 시범경기에서는 2번 등판해 각각 4이닝 무실점, 5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아직 구속이 130㎞대 후반에 머무는 등 회복되지 않았지만, 안정감은 뚜렷하다.
또 LG를 상대로 무척 강하다. 지난해는 후반기에 돌아와 LG를 상대하지 못했지만, KBO리그 입성 이후 최전성기였던 2014~2015시즌 LG만 만나면 '무적'이 됐다. 2015시즌 LG전 5차례 등판해 4승무패 평균자책점 1.89로 무시무시한 활약을 했다.
상대에 강하다는 사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장정석 감독은 "개막전 선발투수는 다음주 중 결정하겠다. 오설리반의 등판을 한번 더 볼 생각이다. 그러나 상대가 두려워한다면 굳이 안낼 이유가 있겠는가"라며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