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운이 좋은 듯 했다.
'클래식 2년차'에 접어든 상주의 행보엔 거침이 없다. '운이 아닌 실력'을 몸소 증명하려는 듯 하다. 전남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3대1로 역전승을 거두더니 19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울산 현대와의 3라운드에서 '늪축구'를 선보이면서 연승에 성공했다.
울산전 내용은 험난했다. 전반 막판 교체 투입되어 선제골을 터뜨린 신진호가 후반 초반 부상으로 교체됐다. 실질적으로 교체 카드를 두 장 밖에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울산의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내 무실점 승리를 건졌다.
상주는 시즌 전까지만 해도 '2년 연속 그룹A 진입'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팀 공격의 핵심이었던 박기동 박준태 임상협 황일수가 모두 제대했다. 수비와 중원은 탄탄했지만 이들의 빈 자리를 채워줄 공격수가 없었다. 하지만 전남전에서는 김호남, 울산전에서는 신진호 등 2선 자원들이 맹활약 하면서 승리를 낚았다.
"군팀은 더 이상 '거쳐 가는 곳'이 아닙니다. 새로운 눈을 뜨는 곳이죠." 김태완 상주 감독의 말이다. 김 감독은 상무에서만 14시즌째를 맞는 '베테랑'이다. 길고 긴 코치 시절을 거쳐 올 시즌 사령탑으로 거듭났다. 오랜기간 팀에 머물면서 얻은 경험은 큰 자산이다. 자칫 무의미 할 수도 있는 군 생활에서 선수들이 얻고자 하는 부분을 이끌어내는 모습이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은 주전, 백업의 구분이 없다. 의무로 입대했지만 제대할 때는 오로지 실력으로 평가 받는다"며 "군인이면서도 프로 선수인 만큼 자신의 실력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그런 부분들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승골의 주인공 신진호 역시 "새로 입대한 선수들이 많아 아직 (조직력을) 맞춰가는 상황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고 상승세의 비결을 밝혔다.
든든한 지원군인 곽 합 국군체육부대장(육군 준장) 역시 든든한 지원군이다. 곽 준장은 홈 경기 때마다 빼놓지 않고 경기장을 찾는다. 상주가 골을 터뜨릴 때마다 선수 전원과 곽 준장이 주고 받는 '거수 경례 세리머니'는 상주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경기 결과를 체크하면서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있다. 김 감독은 "군인의 기본자세를 강조하면서도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항상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초반 선전에 충분히 고무될 만하지만 김 감독과 상주는 여전히 배가 고픈 눈치다. "본격적인 승부는 4월부터가 될 것으로 보였다. 일찍 승수를 쌓아 만족스럽지만 조직력을 여전히 더 다져야 한다." 새 시즌부터 힘차게 진군 중인 상주가 과연 시즌 끝자락엔 어느 자리에 도달해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