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의 외국인 선수 코바(크로아티아)는 한때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1m88의 큰 키를 갖춘 보기 드문 측면 공격수다. 발재간 뿐만 아니라 스피드와 결정력까지 갖췄고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는 과감한 플레이도 돋보인다. 2015년 여름 울산 유니폼을 입은 뒤 빠르게 팀에 녹아들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때때로 이기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눈총을 받았다. 자신감의 표현이었지만 명백한 찬스에서도 욕심을 부리는 그의 모습에 비난이 뒤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다루기 힘든 선수'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공격수라면 당연히 그런 욕심을 부려야 한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큰 고민 없이 답을 내놓았다. 이심전심일까. 공격수 출신인 김 감독은 현역시절 K리그 뿐만 아니라 일본 J리그에서도 각광받는 킬러였다. '외국인 선수' 생활을 해본 경험이 코바의 플레이를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이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라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게 자신을 증명하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짚은 부분은 '방법론'이었다. "결과를 내고 돋보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충분히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한 김 감독은 "욕심을 부릴 타이밍을 잡는 게 중요하다. 타이밍을 찾아주면 된다. 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실력도 끄집어 낼 수 있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바와 소통하면서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코바 역시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가 예전에 비해 부쩍 나아진 느낌"이라며 곧 제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을 드러냈다.
코바는 19일 상주와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라운드에서 전반 막판 교체 투입됐다. 선제골을 내준 울산의 반격 선봉장이었다. 무리한 드리블은 최대한 자제했고 동료들을 찾아 쉼없이 뛰는 등 한층 성숙한 플레이를 펼쳤다. 후반 31분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지만 김인성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 주는 등 눈에 띄는 성과도 있었다. 비록 결과는 0대1 패배였지만 미래를 충분히 기대할 만한 활약이었다.
울산의 표정은 밝지 않다. 시즌 초반부터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브리즈번전 6대0 대승 뒤 3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코바가 2주간의 A매치 휴식기를 마친 뒤 울산의 골 가뭄을 해갈할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진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