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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최성원 "힘들지만… 당구대 앞에서는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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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드네요."

'당구의 신' 최성원(부산시체육회)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눈코 뜰 새 없는 일주일이었다. 최성원은 13일(한국시각) 독일 비어센에서 막을 내린 2017년 세계팀 3쿠션선수권에 참가했다. 김재근(인천당구연맹)과 짝을 이룬 최성원은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벨기에(프레데릭 쿠드롱, 롤랜드 포툼)를 제압하고 한국 역사상 최초로 국가대항 3쿠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승전보를 울린 최성원은 곧바로 귀국,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K-아트홀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아 3쿠션선수권에 참가했다. 최성원은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시차 적응도 채 되지 않았다"며 "몸이 축 처지는 느낌이다. 너무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최성원은 당구대 앞에서 만큼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그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공동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체력이 방전된 상태였지만, 정신력으로 이겨낸 값진 결과였다. 그는 "당구 선수로 대회에 나서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달았다"며 허허 웃었다.

최성원은 자타공인 '당구의 신'이다. 그는 한국 당구 역사상 최초로 마스터스(2011년 프랑스), 월드컵(2012년 터키), 세계선수권(2014년 한국)을 달성하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그는 공수에서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하며 한때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외국 선수들 사이에서 '기피대상 1호'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환희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슬럼프에 빠져 한동안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1년 넘게 지속된 방황이었다. 최성원은 정상의 자리에서 점점 밀려났다. 사람들 기억에서도 점점 멀어졌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시 당구대 앞에 섰다. 그는 "내가 당구 선수라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렸다"며 "당구 선수는 당구로 얘기해야 한다. 그런데 경기를 제대로 치르지 않으니 성적이 뚝뚝 떨어졌었다. 마음을 다잡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방황의 시간을 겪은 뒤 당구대 앞에서 한 가지만 생각한다"며 "경기에서 만큼은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더욱 매서워진 '승부사' 최성원은 곧 이집트로 건너가 월드컵에 나선다. 그는 "체력 훈련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