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는 3세트였다.
23-24로 위기에 몰렸던 KGC인삼공사는 세터 이재은의 블로킹으로 승부를 듀스로 몰고갔다. 알레나의 블로킹으로 다시 앞선 인삼공사는 26-26으로 팽팽하던 상황에서 한수지의 블로킹과 알레나 공격으로 세트를 따냈다.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인삼공사-IBK기업은행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 2차전.
서남원 인삼공사 감독은 세트스코어 1대3으로 패한 원정 1차전에서 변칙 전략을 택했다. 센터 한수지를 세터로 기용했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2세트부터 다시 이재은을 투입, 반격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안방에서 열린 2차전에선 정공법으로 돌아섰다. 서 감독은 "1차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변화를 줬지만 역시 기업은행이 심리적으로 흔들릴 팀이 아니었다. 효과가 없었다. 2차전은 정공법으로 부딪혀보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이 변화를 꾀했다. 정규리그를 책임졌던 세터 이고은 대신 18년간 프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베테랑 김사니를 먼저 선발로 투입했다.
사령탑들의 선발 오더 싸움이 끝난 뒤 뚜껑이 열렸다.
인삼공사는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1세트에서 13득점밖에 따내지 못했다. 지난 두 시즌 연속 꼴찌에서 맴돈 인삼공사가 올 시즌 정규리그 3위로 봄 배구까지 맛보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실책을 줄이고 180도 달라진 조직력으로 기업은행에 맞서기 시작했다. 한수지의 센터 변신은 적중했다. 고비마다 귀중한 블로킹을 성공했다. 한 방은 알레나가 책임졌다. 미스 오리건 미인대회 출신으로 뛰어난 미모를 갖춘 알레나는 불꽃 공격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알레나는 홀로 무려 55득점을 폭발시켰다.
특히 인삼공사는 뒷심이 무척 강해졌다. 1세트를 제외하곤 좀처럼 쉽게 무너지는 세트가 없었다. 1점이 소중한 5세트에서도 무서운 집중력으로 리드를 빼앗기지 않았다. 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강조한 신나는 배구를 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PO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인삼공사는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대2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기업은행이 압승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인삼공사는 오는 22일 장소를 다시 화성실내체육관으로 옮겨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위한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PO 전적(20)
▶여자부
KGC인삼공사(1승1패) 3-2 IBK기업은행(1승1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