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1무1패. 리그 첫 승이 다급한 두 팀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7년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라운드를 치르기 위해 만난 수원-대구는 동상이몽 필승을 다짐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김민우 이정수 장호익 구자룡 등 수비수 줄부상으로 힘든 상황이지만 과감한 변화를 통해 승기를 이어가겠다"고 했고, 손현준 대구 감독은 "클래식에 올라와서 많은 점을 배우는 중이다. 쉽지 않은 상대이지만 우리는 이기려고 왔다"고 각오를 다졌다.
결과는 1대1 무승부. 수원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차전 이스턴SC(홍콩)와의 1대0 승리에 이어 연승 도전에 실패했고, 대구는 승격 후 첫 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서로 허를 찌르는 박빙승부였다. 주거니 받거니 대결의 중심에 친정팀에 비수를 꽂은 조나탄이 부각돼 더욱 흥미로웠다.
▶'변화 vs 안정'…일단 안정의 승리?
먼저 허를 찌른 쪽은 상대적 약체 대구였다. 수원은 포지션 파괴를 시도했다. 김민우의 부상 결장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동계훈련때 대비했던 카드라고 한다. 염기훈-조나탄이 투톱으로 나섰고 다미르가 2선 바로 밑을 받쳤다. 고승범과 최성근이 좌-우 윙백, 매튜-양상민-조원희가 스리백을 형성했다. 서 감독은 "사실상 포지션 파괴의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에 익숙한 포맷에 비해 생소할 수 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원정팀 대구는 사실상 5백으로 안정감에 무게를 뒀다. 역습을 노리겠다는 포석이다.
예상대로 미드필드 공격 숫자가 많은 수원이 초반부터 라인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잠깐 방심하는 사이, 일찍 허를 찔렸다. 전반 5분 오른쪽 측면으로 재빠르게 오버래핑한 대구 박세진에 뚫렸고, 문전 레오에게 크로스가 연결됐다. 갑작스런 공격에 미처 자세를 잡지못한 양상민이 왼발로 걷어낸 공이 하필 세징야 앞으로 굴러갔다. 세징야의 깔끔한 골로 이어졌다. 이후 수원은 의도치 않은 '변화무쌍'에 시달렸다. 치열한 접전 과정에서 최성근 양상민이 부상을 하는 바람에 전반에 교체카드를 2장이나 소모했다. 곽광선 민상기가 투입되면서 조원희가 윙백으로 올라서야 했다. 허를 찔린 수원은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었고 대구는 리드를 지키기 위해 라인을 내려세우며 안정을 더 추구했다. 일단 '보수주의'의 승리였다.
▶조나탄 친정팀에 비수를 꽂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린다고. 줄기차게 압박하던 수원에 마침내 천금같은 기회가 왔다. 전반 40분 침투패스를 받기 위해 페널티에어리어 왼측면 뒷공간으로 쇄도하던 염기훈이 박태홍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염기훈은 조나탄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킥을 양보했다. 조나탄은 2015년 시즌 대구에서 챌린지 득점왕을 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대구에서의 맹활약이 오늘의 조나탄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를 떠난 이후 처음으로 친정팀을 만났다. 키커로 나선 조나탄에게 비상한 관심이 쏠린 것도 이 때문. 조나탄은 수원과 대구를 들었다 놨다 했다. 맨 처음 페널티킥 슈팅이 예리하지 못한 바람에 대구 골키퍼 이양종에게 막힌 것까지는 대구가 웃었다. 하지만 세컨드볼에 허를 찔렸다. 김종우가 번개같이 달려들어 이양종이 쳐낸 공을 살렸고 문전 크로스를 올렸다. 다시 공을 잡은 조나탄은 그림같은 오른발 터닝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허를 찔렀던 대구에 비수로 되갚아 준 골이었다. 지옥을 다녀 온 조나탄은 수원 서포터석으로 달려가 큰절로 화답했다. "조나탄을 방어할 비책이 있다"고 했던 손 감독의 대구는 필드 플레이 전개 과정에서 조나탄을 잘 막았지만 변화무쌍했던 한 순간을 미처 예견하지 못했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