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승리였다."
조성환 제주 감독이 활짝 웃었다. 제주는 1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라운드에서 2대0 승리를 거뒀다. 제주는 3연승으로 전북, 서울(이상 승점 7)을 제치고 선두로 뛰어올랐다. 사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제주는 주중 험난한 호주 원정을 다녀왔다. 문제는 일정이었다. 15일 경기를 마친 제주는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홍콩을 경유한 후 16일 밤 인천에 도착했다. 제주행 비행기 시간을 맞출 수 없어 인천에서 하루를 머문 뒤 17일에야 제주에 도착했다. 19일 전남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18일 단 하루 뿐이었다. 주축 선수들을 모두 호주로 데려간만큼 전남전은 체력적 부담 속에서 치를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사기였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애들레이드 경기 후 선수들이 완패한 것처럼 분위기가 다운됐다"고 했다. 제주는 애들레이드와 3대3으로 비겼다. 더운 날씨, 시차, 비행시간 등을 감안하면 승점 1점도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두번이나 리드를 잡았지만 버티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했다. 조 감독은 "생각보다 선수들의 몸상태는 괜찮다. 선수들이 심리적인 부담감을 어떻게 떨쳐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제주는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몸을 날리는 선수들의 투혼이 돋보였다. 조 감독은 "헌신적인 부분이라던지, 몸싸움이라는 투쟁적인 부분을 힘든 가운데 잘 보여줬다. 오늘 같은 승리가 최고의 승리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경기다. 장거리 원정에 다이긴 경기 놓치면서 온 상실감까지 있었는데 잘 회복해서 중요한 순간에 최고의 승리를 거뒀다. 선수도 수고했지만 벤치에서 코치들이 좋은 선택을 해줘서 변화를 줘서 끝까지 승리를 지켜낸 것 같다"고 했다.
제주는 올 시즌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연승 하는 동안 6골을 넣었고 실점은 없었다. 특히 수비가 강해진 것이 눈에 띈다. 조 감독은 "선수들의 태도, 마음가짐, 의식이 올해 더 강해졌다. 많은 선수들의 영입으로 경쟁, 그래서 실수 하지 않겠다는 책임감이 가미가 된 것 같다. 오늘, 이전의 경기가 아니라 이후의 경기가 중요하다. 조직훈련을 통해서 연초에 목표로 한 실점을 줄일 생각"이라고 했다. 물론 공격도 좋다. 이번 경기에서는 선발로 나선 멘디가 맹활약을 펼쳤다. 조 감독은 "본인 스스로가 증명해 보이고 있다. 선수의 가치는 운동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이를 통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다. 본인들의 관리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발전할 것 같다"고 웃었다.
제주가 순항하며 상대의 견제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조 감독은 "공격적인 부분에서 상대 밀집수비를 타파할 수 있는 대비책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어느 팀은 막론하고 공수 전환이 늦어지면 안된다. 빠른 템포에 대한 공격과 밀집수비에 대한 부분을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조 감독에게 자만은 없다. 그는 "지금까지 부상 없이 순항하고 있다. 앞으로 지난 경기는 자신감으로 가져가야 할 부분이고 안주하지 않고 결과 갖고 갈 수 있도록 매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서귀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