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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예능, 저물어가는 '방송인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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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어지간하면 '역대급 캐스팅'이다. 예능은 이제 '방송인의 시대'가 아닌 '기획의 시대'로 돌아간다.

방송인들이 모여 케미를 발산하면, 그 프로그램의 포맷이나 기획의도와 큰 상관없이 '분량'을 뽑고 시청률을 담보하던 때가 있었다. 방송사들이 '너도 나도'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론칭했고, 자연히 방송인에게 거는 기대가 커졌다. 반면 PD의 역할은 '섭외력'과 '편집력' 정도가 대두됐으며 '기획력'이나 '연출력'은 그 다음이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엇비슷한 프로그램이 중첩되고 별다른 기획 없이 '방송인들이 모여서 노는' 프로그램들이 득실대자, '누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볼 것인가' 보다는 '어떤 프로그램을 볼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청 패턴이 됐다.

한 지상파 방송국의 PD는 'NEXT 유재석'을 묻는 질문에 "유재석을 이을 방송인은 나올 수 없다"며 "이제 출연하는 방송인이 예능의 인기를 좌우하는 시대가 갔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해당 PD뿐 아니라, 예능국 PD들의 공통된 의견이 그러하다. 과거에는 유재석·이경규·강호동·신동엽·김구라 등 '5대 천왕'을 섭외하면 '적어도 망하지 않는다'는 보험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높은 시청률이나 롱런을 향한 굳은 약속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5인이 출연하는 모든 예능이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거나, '예능국의 효자' 또는 '간판 프로그램'은 아니다.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시청자들은 거대 MC를 포함, '그 아래 급'의 수많은 MC, 방송인들에게서 차별성을 느끼거나, '꼭 시청해야 겠다'는 기대감을 느끼지 못한다"며 "오히려 채널을 돌려도 '그 인물이 그 인물'이 나오는 현실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예능국 PD들은 기획안을 쓰는데 과거보다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됐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독특한 기획안이나, '남녀노소'가 아닌 특정 계층의 입맛을 공략하는 소형 프로그램이 각광받을 전망. 이는 예능에 할애할 수 있는 슬롯이 비교적 더 많고, 발이 빠른 tvN 이나 JTBC가 점점 더 득세하게 될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반면 의사 결정에 있어서 몸이 무겁고, 시청 타켓 층을 좁히기 어려운 지상파 방송 3사의 PD들은 답답함 느낀다. 그래서일까, MBC·KBS·SBS의 예능PD들이 더 작은 방송사나 외주제작사, 기획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 지상파 예능국 PD는 최근 지상파 예능국 PD들의 유출과 이동에 대해 "남이 기획한 프로그램에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리기보다 '내가 기획한 내 프로그램'의 연출자가 되고 싶은 것은 모든 PD의 바람"이라며 "조금 더 많은 기회를 얻으며, 또한 기획안(소재) 채택에 있어서 규제와 간섭, 걸림돌이 적은 환경을 찾아 짐을 싸는 것"이라고 말했다.

ssale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