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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인상 철회 BBQ, 명분도 실리도 다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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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치킨프랜차이즈 1위인 BBQ가 4월부터 치킨 가격을 올리겠다고 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BBQ가 결국 정부의 압력으로 인상안을 사실상 철회했다.

BBQ는 15일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정부에서 관련 요청이 들어올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산지 닭값이 출렁이면서 정부는 BBQ에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했고, 정부 방침에 맞서던 BBQ가 백기투항을 한 것.

그동안 BBQ 등 치킨업체들은 최소 3년에서 8년째 치킨가격이 동결돼 '가격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해 왔다. 하지만 치킨업체들이 4~6%대 이르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것을 따져볼 때 명분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박도 나오면서 논란이 계속돼 왔다.

▶BBQ,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속수무책

당초 BBQ는 20일부터 모든 메뉴 가격을 평균 10%가까이 올릴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의 경우 마리당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이와 관련 BBQ는 인건비와 임차료, 원·부자재 가격과 배달비용 등 전반적인 원가의 상승을 가격 인상 요인으로 내세웠다. 더욱이 지난 8년간 가격을 묶어두면서 가맹점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가맹점주를 위해서라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세웠다.

그러나 결국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격 인상 조짐에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정부의 확고한 태도에 크게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는 BBQ의 가격 인상 사실이 알려지자 "AI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의뢰도 불사하겠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또 여세를 몰아 농식품부는 치킨값에서 닭고기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공개하는 등 BBQ에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농식품부는 원재료인 닭고기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이고, 특히 프랜차이즈의 경우 닭고기를 시세 반영 방식이 아닌 사전 계약 가격으로 공급받고 있으므로 AI로 인한 가격 인상 요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BQ는 도계비용과 운송비 등을 더해 프랜차이즈가 매입하는 닭고기값을 정해야 하는데, 이렇게 따지면 치킨 가격에서 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가 된다고 반박했으나 크게 설득력을 얻지는 못했다.

민연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지난해 산지 닭값이 폭락했을 때 치킨 가격을 왜 인하하지 않냐는 비판이 일자 당시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닭고기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주장했다"며 "지금의 주장과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닭고기 산지 가격이 최근 내려가면서 BBQ의 주장은 더욱 힘을 잃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14일 육계는 산지에서 ㎏당 2490원에 거래됐는데, 11일 2690원에서 12일 2590원으로 내려간 데 이어 100원 값이 더 하락한 것이다.

▶명분도 잃고 실리도 못챙긴 BBQ

당초 BBQ는 정부 간담회에 불참 통보를 하는 등 초강수를 고수했다. BBQ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열린 '외식업계 CEO 간담회'에 하루 전에 불참 통보를 한 바 있다. 그러나 행사 당일 김태천 제네시스BBQ그룹 부회장은 돌연 입장을 바꿔 뒤늦게 간담회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 BBQ는 정부의 압력에 맞서 "2009년 이후 가격 인상이 한 차례도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BBQ 내부에서는 "정부가 치킨값 통제까지 일일이 나서서 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인상안을 철회하면서, BBQ는 정부와의 충돌도 불사한 이번 논란을 둘러싸고 명분 쌓기와 여론전에서 모두 실패했다는 평을 받게 됐다. 특히 가격 인상 혜택을 본사가 아닌 가맹점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논리 등에서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오히려 가맹점주의 어려움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라는 비난 '역풍'까지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실제로 BBQ의 모기업인 제너시스비비큐의 영업이익률은 2013년 2.0%에서 2014년 1.1%로 떨어지는 등 악화했지만 2015년에는 6.4%로 급격히 반등했다. 본사는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교촌치킨의 모기업인 교촌에프앤비도 영업이익률이 2014년 5.1%, 2015년 4.3%를 각각 기록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BBQ 등 치킨업체들이 가격 인상안을 밝힐 때마다 논란이 일었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에 대한 지지여론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했다. 또 정부의 강경 기류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해 체면만 구긴 셈"이라며 "이번 일로 인해 BBQ는 향후 몇 년간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