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극은 없었다.
제주는 2016년 K리그 클래식 3위로 시즌을 마치면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했다.
빛과 그림자가 명확했다. 리그 71골로 전북과 최다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57실점을 헌납했다. 네 번째로 실점이 많았다.
대대적 보강에 나섰다. 조용형 김원일 박진포, 알렉스를 수혈하며 뒷문 단속에 나섰다. 기존에 없던 '파이터형 미드필더' 이찬동도 영입했고, 최현태도 품에 안으며 중원도 다졌다.
효과 만점이었다. 제주는 지난달 22일(이하 한국시각) 장쑤 쑤닝과의 2017년 ACL 조별리그 H조 1차전서 0대1로 패했지만,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어진 감바 오사카와의 2차전에선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적지에서 4대1 완승을 거뒀다. 공수가 완벽했다.
K리그 클래식에서도 순항했다. 인천과의 리그 1라운드에서 1대0으로 승리 한 뒤 11일 시즌 홈 개막전에서 울산을 3대0으로 완파했다.
그리고 15일 호주 원정길에 나섰다. 애들레이드와 ACL 조별리그 H초 3차전을 벌였다. 구단에서도 비행기 좌석을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하며 지원에 나섰다.
제주가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불운이 따랐다. 후반 5분 애들레이드의 슈팅을 막으려 오반석이 몸을 날렸지만, 공은 오반석의 팔에 맞았다.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애들레이드는 놓치지 않았다.
제주가 고삐를 당겼다. 후반 15분 멘디의 절묘한 왼발 터닝 슈팅이 애들레이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동점을 일궜고, 후반 25분 마르셀로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2-1 판을 뒤집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수비 불안의 악몽이 되풀이 됐다. 역전한지 불과 2분 뒤 수비 마크 실수가 나오면서 쉽게 골을 내줬다. 2-2 동점.
포기하지 않았다. 라인을 끌어올리고 공세를 퍼부었다. 그리고 환호했다. 후반 39분 권순형이 오른발 낮게 깔린 중거리 슈팅으로 애들레이드 골망을 뒤흔들었다. 스코어는 3-2. 호주 원정에서 소중한 승점 3점을 챙기는 듯 했다.
그러나 축포를 터뜨리지 못했다. 역시 수비 불안에 땅을 쳤다. 권순형의 골이 터지고 1분 뒤 곧바로 실점을 했다. 수비수들이 골대를 때리고 흘러나온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페널티박스 안에 4명의 수비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두 명의 미드필더가 수비 가담을 해 총 6명이 진을 쳤으나 쉽게 실점을 허용했다.
시즌 초반 압도적 행보 거침없이 달려온 제주, 호주 원정에서 노출한 수비 불안 문제를 잡아야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