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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조추첨]'죽음의 조' 속한 한국, '신의 손'에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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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신의 손'이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헤딩골을 넣었다. 상대 잉글랜드 선수들은 핸드볼 반칙이라며 주심에게 강력히 항의했지만 심판은 판정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느린 장면으로 확인한 결과 머리가 아닌 손으로 넣은 것이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마라도나는 그 유명한 "내 머리와 신의 손이 함께 했다"는 말을 남겼다.

바로 그 마라도나의 '신의 손'이 한국에 죽음의 조를 안겼다. 마라도나는 15일 수원 아트리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추첨식에서 추첨자로 나섰다. 그의 손에 한국의 운명이 걸렸다. 포트 2의 공을 고른 마라도나는 하필이면 고국인 아르헨티나를 뽑았다. 아르헨티나는 포트 2에서 가장 피했으면 했던 상대였다. 여기저기서 짙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마라도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마치 한국과 붙게된 것이 좋다는 뜻처럼 보였다.

저주의 시작이었다. 포트 3와 포트 4를 추첨한 '또 다른 레전드' 파블로 아이마르는 잉글랜드를 뽑았다. 탄식에 이어 어이없다는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 한장마저 아프리카 복병 기니였다.

신태용호가 최악의 조에 배정됐다. 말 그대로 '죽음의 조'다. 한국은 기니, 아르헨티나, 잉글랜드와 함께 A조에 속했다. 개최국인 한국은 A조 톱시드를 배정받았다. 한국은 5월 20일과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기니, 아르헨티나와 1, 2차전을 치르고,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잉글랜드와 3차전을 치른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신 감독은 조추첨 전 "절대 쉬운 조편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환상의 조가 되든 죽음의 조가 되든 중요한 것은 우리 축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속내를 숨기지는 않았다. 신 감독은 "다행히 프랑스가 포트 1에 속해서 피할 수 있었다"며 "그래도 바누아투나 뉴질랜드 정도의 팀과 한 조가 된다면 비교적 편하게 조별리그를 치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다"고 했다. U-20 월드컵은 각조 1, 2위팀이 자동으로 16강에 오르고, 3위 팀 중 상위 4팀도 16강이 가능하다. 조별리그에서 1승의 가치는 크다. 운만 따르면 1승2패로 16강에 오를 수도 있다. 1승1무1패면 안정권이다. 그런 의미에서 1승 제물이 한조에 있느냐 없느냐는 심리적 안정에 큰 차이를 만든다. 신 감독의 말대로 바누아투, 뉴질랜드,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등 1승 제물과 한조에 속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바람은 산산조각이 났다. 최악을 넘어 아예 죽음의 조가 됐다. FIFA랭킹 1위 아르헨티나는 명실공히 U-20 월드컵 최강자다. 6번으로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2017년 남미 유스 챔피언십에서 4위 턱걸이로 이번 대회 출전권을 따냈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FIFA랭킹 14위 잉글랜드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빅클럽에서 뛰는 대형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잉글랜드는 일찌감치 한국 전지훈련을 오는 등 이번 대회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기니는 FIFA랭킹 70위로 아프리카에서도 변방이지만, 피지컬이 좋은 아프리카팀은 전통적으로 U-20 대회에서 강했다. 어느 누구 하나 1승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비관만 하기는 이르다. 조편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홈 개최국은 분명 무시 못한 이점이다. 이날 조추첨을 함께한 차범근 U-20 월드컵 조직위 부위원장은 "연습을 많이했는데…"라고 아쉬워 한 뒤 "조가 상당히 어렵게 됐다. 그러나 틀림없는 것은 우리 A조에 속한 다른 팀들도 홈 팀 한국을 부담스러워 할 것이다. 우리가 홈에서 경기 하기 때문에 예선만 통과하면 2002년 한-일월드컵 못지 않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애써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승부의 분수령은 기니와의 1차전이다. 기니는 아르헨티나, 잉글랜드에 비해서 해볼만 한 상대다. 어린 선수들인만큼 첫 단추를 잘 꿰면 상승세를 탈 수 있다. 우리가 1차전에서 승리한 5번의 U-20 월드컵에서 4차례 16강에 올랐다. 기니를 잡고 마지막 잉글랜드전에서 16강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베스트 전력은 아니었지만 잉글랜드는 한국이 2016년 두차례 승리한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신태용 감독은 "이렇게 험난한 조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잉글랜드에 기니까지 들어오니 한 팀도 쉬워 보이는 팀이 없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팀을 잘 만들어놓으면 토너먼트에 오른 후에는 더욱 수월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긍적적으로 말했다. 마라도나의 저주는 아쉽지만, 신 감독의 말대로 16강은 우리하기 나름이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