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시범경기가 시작된다. 올해는 팀당 12경기로 경기수가 줄었다. 예년보다 보름 정도 길어진 비활동기간(12월~1월), WBC 개최영향으로 시범경기 일정도 축소됐다.
시범경기는 누구에게는 컨디션 조절을 위한 전초전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어떻게라도 자신을 알려야하는 절박한 무대다. 이맘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2월 왕자', '3월 히어로'. 이른바 '캠프 MVP'다. 캠프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만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선수들이 많다.
넥센 히어로즈 사령탑 시절 '염갈량'으로 불렸던 염경엽 SK 와이번스 단장은 스프링캠프 체크포인트에 대해 "볼건 보고 뺄건 뺀다"는 얘기를 한다. 넥센은 지난 수년간 그 어느팀보다 유망주들의 성장이 도드라지는 팀이었다. 이런 넥센이었지만 스프링캠프에서는 일종의 '거품'이 있다는 지적을 자주 했다.
염 단장은 "2군 선수와 주전 선수의 몸을 만드는 페이스는 다를 수 밖에 없다. 2군 선수는 봄에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미리 몸을 만들고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 전력을 다한다. 코칭스태프에게 어필해야하기 때문이다. 주전들은 다르다. 개막에 100%를 맞춰도 된다.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도 이를 잘 안다.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 주전을 이기는 신인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신인 투수나 젊은 유망주 야수들이 4월도 못넘기고 2군으로 내려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야수의 경우 투수들의 컨디션이 덜 올라온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나 시범경기에서는 좋은 타격을 선보이지만 정규리그는 집중도에서 차이나는 무대다. 낯선 환경에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시범경기에서 코칭스태프와 마찬가지로 팬들이 눈여겨봐야할 점은 투수의 경우 우선 건강이다. 구속을 끌어올리는 페이스와 체인지업이나 포크볼 등 새롭게 장착한 신무기 유무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야수의 경우 지속적으로 좋은 활약을 보이는 경우 시즌 초반 잠시나마 출전 기회를 부여받는다. 이때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역시 2군행 가능성이 크다. 시범경기 활약은 보름짜리 출전 카드를 손에 쥐는 셈이다. 이와 함께 공격적인 베이스러닝 등 팀의 전술 변화 등도 시범경기만으로 알 수없다. 장단점을 시험하는 기간일 뿐이다. 4월이 돼야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