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안한다."
LG 트윈스는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을 잘 마치고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짧은 휴식 후 14일 대전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를 위해 곧바로 훈련에 돌입한다.
팀을 이끄는 양상문 감독은 귀국 후 "미국에 있는 동안 흰 머리가 많이 늘었다. 이것저것 고심을 많이해서 그런가보다"라고 말하며 웃으면서도 "선수들이 스케줄을 잘 소화해줘 만족스러운 캠프였다"고 자평했다.
그런데 귀국 직전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이 하나 있었다. 바로 '96억원의 사나이' 차우찬의 투구. 차우찬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발탁돼 양 감독과 함께 하루도 훈련을 하지 못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96억원의 조건에 LG 유니폼을 입었다. 차우찬의 가세로 LG는 벌써부터 상위권 후보로 지목받고 있는 가운데, 양 감독 입장에서는 자신과 함께 선수가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부름에는 당연히 응해야하는 것이고, 차우찬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전지훈련, 그리고 WBC 실전을 치렀다.
문제는 차우찬의 투구 내용과 컨디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부터 140km가 넘지 않는 직구 구속으로 걱정을 샀던 차우찬은 본 대회에서도 부진했다. 차우찬은 첫 경기 이스라엘전에서 ⅔이닝 무실점, 네덜란드전에서 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표팀이 대회 전부터 기대했던 핵심 전력 '두 번째 투수'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각각 심창민(삼성 라이온즈), 원종현(NC 다이노스)에게 그 역할을 주고 차우찬은 세 번째로 마운드에 올랐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차우찬의 구위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했다는 듯. 그리고 마지막 대만전에서 2이닝 2실점에 그치고 말았다.
기록을 떠나, 몸상태가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모습. 차우찬 특유의 강력한 직구 힘이 이번 대회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곧바로 시범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있지 않으면 리그 개막이기에 차우찬의 몸상태가 걱정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양 감독도 귀국 전 차우찬의 대회 투구 모습을 일일이 챙겨봤다. 양 감독은 "변화구만 던지더라. 중요한 대회니 일단 실점은 하지 않아야 하고, 그러다보니 직구보다는 변화구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몸이 완벽히 올라오지 않은 걸로 보였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시범경기에서 3~4경기 직구를 계속 던지며 몸상태를 끌어올리면 된다. 그러면 개막 전까지 충분히 제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믿음을 보였다. 시범경기에서는 성적에 상관없이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투구를 하게 배려한다는 뜻이었다.
차우찬의 경우, 워낙 많은 돈을 받고 인기팀 LG 유니폼을 입었다. 시범경기부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릴 것이다. 하지만 정규시즌 개막 전까지는 조금 여유를 갖고 그의 모습을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