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수목극 '김과장'은 의외로 숨겨진 디테일이 많은 드라마다.
'김과장'은 워낙 많은 사건을 풀어내고, 질질 끄는 법 없이 한 두회 안에 사건이 순식간에 해결되는 전개를 보인다. 그러다 보니 굵직한 에피소드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바빠 그 안에 숨겨놓은 디테일은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김과장'이 미처 자랑하지 못한 디테일을 살펴봤다.
▶ 리얼리즘
'김과장'은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다. 세트부터 캐릭터 설정까지 진짜 직장의 모습을 그대로 옮기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남상미 김원해 김강현 조현식 류혜린 김성호 등의 직장 체험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6일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있는 포스코 대우 국제금융실을 방문, 7시간 동안 직장인 체험에 나섰다. 실제 캐릭터 직급의 업무를 체험해보고 구내 식당도 이용하는 등 밀착 체험에 나섰다.
드라마 관계자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직장 체험을 통해 배우들이 캐릭터 특색을 잡는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짹짹이 이재준 주임(김강현)부터 순진한 선상태(김선호)까지 극중 캐릭터와 실제 직장인들의 성격이 많이 비슷해 놀랐다"고 밝혔다.
▶ 소통
사전 제작 드라마가 아닌 이상 드라마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시청자 의견에 대한 피드백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다. 그중에서도 '김과장'은 시청자 의견 및 온라인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작품이다.
드라마 관계자는 "박재범 작가가 최신 트렌드나 유행어를 많이 반영하는 편이다. 이는 박재범 작가의 특징이기도 하다. 전작 '굿닥터'에서도 '안알랴줌'과 같은 대사가 나오지 않았나. 네티즌 반응도 많이 체크해 적절히 수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 남궁민化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김과장' 자체가 '남궁민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남궁민은 완벽한 '김성룡화'를 추구한다. 일반 직장인과는 다른 똘끼 충만 캐릭터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일반 정장이 아닌 날티 패션을 완성했고, 머리도 밝은 갈색으로 염색했다. 김성룡 패션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멜빵도 점잖은 느낌의 벨트보다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채택된 아이템이다. 대본도 마찬가지. 쓰여진 대본을 곧이 곧대로 읽기보다 캐릭터의 느낌을 살려 김성룡식으로 소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엿 드세요'라는 대사를 "이사님 엿 먹어라"라고 바꾸는 등의 애드리브 센스를 보여준다.
이 영향을 전 출연진이 받고 있다고. 연극 배우 출신이 많다 보니 출연진들끼리 의견을 나누고 새로운 신을 만들어내며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회생안 결의를 앞두고 경리부 식구들이 단체 오열하는 신 역시 마찬가지. 대본에는 오열 지시가 없었지만 배우들이 눈물을 흘리며 명장면이 탄생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유연하게 배우들의 의견을 수렴, 고된 촬영 스케줄 속에서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드라마 관계자는 "전 배우들이 남궁민화 되고 있다. 모두 성실하게 대본을 숙지하고 애드리브까지 준비해온다. 특히 김원해는 정말 신스틸러라 할 수 있다.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작은 신이라도 원샷으로 만들 만큼 명연기를 펼친다. PD님도 배우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열정
그렇다고 배우들이 대본과 제작진의 지시를 무시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주 작은 설정 하나도 깊게 파고들며 대본을 완벽 숙지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애드리브도 탄생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남상미의 소프트볼신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박재범 작가의 팬이라면 그가 독실한 야구팬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전작 '신의 퀴즈'나 '굿닥터' 때도 항상 야구를 배경으로 한 신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남상미가 그런 역할을 담당한다. 그가 맡은 윤하경 캐릭터는 소프트볼 선수 출신이라는 설정으로 속 끓는 일이 생기면 야구연습장에서 공을 날린다. 그리고 남상미는 이런 장면을 모두 대역없이 직접 소화하고 있다.
관계자는 "박재범 작가님이 야구팬이라 소프트볼 선수라는 설정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남상미가 배팅 장면이나 공을 던지는 장면 등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 엄청난 연습을 했다. 야구연습장 신도 남상미가 직접 배트를 휘두르는데 적중률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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