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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도봉순'①] 박보영의 연기변신, 영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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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박보영이 영리한 연기 변신으로 원톱 주연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박보영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랑스러움'이다. 유난히 흰 피부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는 청순한 느낌을 주고 특히 살짝 처진 듯한 눈초리를 찡긋하며 지어보이는 애교 미소는 남성팬들은 물론 여성팬들의 마음까지 녹아내리게 만든다.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보여주는 의외의 털털함은 박보영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소다. 외모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안티 없이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20대 여배우인 것. 그래서 그를 수식하는 단어 또한 '국민 여동생'이었다.

그만큼 호감형 배우라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사실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은 양날의 검이기도 했다. 한가지 이미지에 갇힐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보영은 아역배우 출신이다. 대부분 아역 배우 출신들이 성인 연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어린 시절 이미지와의 갭 때문에 연기력 혹평을 받거나 슬럼프를 겪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국민 여동생' 타이틀의 무게감이 좀더 쉽게 와닿는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박보영은 영리하게 이러한 늪을 빠져나갔다. 한듯 안한듯 티 안나게 자연스럽지만 그래서 더 크게 와닿는 연기 변신으로 말이다.

박보영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내는 캐릭터를 선택한다. 영화 '과속스캔들'의 황재인도, '늑대소년'의 순이도,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의 도라희도, tvN '오 나의 귀신님'의 나봉선과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의 도봉순도 기본적으로는 밝고 긍정적이며 러블리한 면모를 갖고 있다. 하지만 같은 베이스라도 다른 조미료로 매번 다른 맛을 낸다는 게 박보영의 힘이다. 자신의 대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겹치지 않는 코드를 가미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

'과속스캔들'에서는 아빠에 대한 설움을 토로하는 눈물 고백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고, '늑대소년'에서는 순수하고 맑은 사랑법으로 힐링을 안겼다. '열정같은 소리 하고있네'에서는 괄괄한 사회 초년생으로,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귀신에 빙의돼 19금 낯 뜨거운 행동을 일삼는 엽기적인 그녀로 활약했다.

그리고 '힘쎈여자 도봉순'에서는 힘 한번 주면 장정 여럿은 거뜬히 날려버리고, 한 손으로 경운기도 번쩍 들어올리는 괴력 소녀로서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도봉순은 자신의 괴력을 무기로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악의 무리를 응징하는 히어로적 면모를 갖고 있다. 초인적인 능력으로 악의 세력과 싸우는 히어로는 근육질 남성의 전유물로 보여지는 경향이 강했는데, 박보영의 도봉순은 이러한 고정 관념을 완전히 타파하며 판타지적 청량감을 안겨준다. 그러다 보니 남성팬들은 여전히 예쁜 박보영의 미모를 찬양하고, 여성팬들은 각종 사이코패스적 범죄가 난무하는 불안한 현실 속에 등장한 여성 히어로에게 위안과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됐다.

박보영의 전천후 매력에 '힘쎈여자 도봉순'은 가파른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월 24일 3.8%(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시청률로 JTBC 역대 금토극 중 최고 시청률을 올렸다. 그리고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8.3%를 기록, 2배 이상 시청률이 뛰어오르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남초 현상과 20대 여배우 품귀 현상으로 가득했던 드라마계에 박보영이 쏘아올린 공이 어떤 기록을 남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