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다음 대회에서 지역 예선을 해야하는 최악의 굴욕은 피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한국 대표팀이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A조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11대8으로 승리했다. 1승2패,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 타선은 2회 5점을 뽑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대만 투수가 천관위에서 궈진린으로, 궈진린에서 판웨이룬으로 두번이나 바뀌었지만 불붙은 한국 타선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4회에는 이번 대회 들어 단 1안타만 기록했던 이대호까지 적시 2루타를 쳐 선발 전원이 안타를 기록하며 2점을 추가했다.
타선이 골고루 제 역할을 해준 것. 박석민 이대호 손아섭에 연장 10회 대타로 나선 김태균의 투런홈런까지 대회 내내 빈타에 허덕이던 중심타선도 이날은 제대로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폭발력이 좀더 일찍 나와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투수진은 끝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2회초 한국 타선이 5점을 뽑자 2회말 곧바로 3점을 내줬다. 4회초 다시 2점을 도망가자 4회말에도 홈런까지 내주며 2실점해 타자들의 힘을 빠지게 했다. 대만은 6회와 7회에도 1점씩을 추가해 동점을 만들었다.
그나마 오승환만이 2이닝 무실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대만전까지 내줬다면 한국은 다음 대회에서 예선을 치러야하는 굴욕을 맛볼 뻔했다. 이번 대회 운영방식이 바뀌면서 지난 대회 1라운드 무승팀이 아니라 조최하위팀이 예선을 치러야 한다. 9일 한국에게 패한 대만은 2009년 대회 1라운드에서도 전패를 하는 바람에 2013년 대회에서 예선전을 치렀다. 2013년에는 1승을 거둬 이번 대회에 예선없이 합류한 대만은 올해 A조 최하위가 되며 2021년 대회 때는 예선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2021년 대회 예선 규정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때문에 규정이 또 바뀔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3전패에 조 최하위를 한 대만은 예선이 없어지지 않는 한 치러야한다. .
게다가 2020년 지역 예선은 도쿄올림픽과 시기가 겹쳐 대표팀 선수들에게 부담이될 가능성도 높다. 이래저래 치욕적이고 힘든 상황이 될 뻔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