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운 2월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FC서울은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달 열린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예선 F조 1, 2차전에서 연달아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지난달 28일 열린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2차전에서는 전반에만 5골을 허용하며 2대5로 완패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동안 어느덧 계절은 겨울을 지나 봄으로 건너왔다. 공기는 여전히 차갑지만, 살짝 살짝 불어오는 바람 속에 봄기운이 느껴진다. 서울 역시 새 출발을 알렸다.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공식 개막전에 나섰다.
첫판에서 만난 상대는 '라이벌' 수원 삼성. 서울은 전반 8분 만에 수원에 선제골을 내주며 흔들렸지만, 후반 17분 동점골을 뽑아내며 1대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비록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서울은 이날 경기를 통해 '대패 후유증'이자 '수비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우라와 레즈전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얽매일 수는 없다"며 "지나온 것도 중요하지만 눈앞의 경기가 더욱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트라우마를 이겨낸 서울은 11일 평창알펜시아경기장에서 열리는 강원FC와의 2라운드 맞대결을 통해 올 시즌 첫 승 사냥에 나선다. 물론 상황은 녹록지 않다. '주포' 데얀(36)의 컨디션이 100% 올라오지 않았다. 햄스트링 부상을 한 하대성(32)과 허벅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곽태휘(36)의 복귀 시점도 불투명하다. 개막전에서 파울을 범한 고요한(30)은 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강원은 '낯선' 상대다. 강원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 합류한 새 가족이다. 비시즌 동안 정조국(33) 이근호(32) 등을 폭풍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고, 개막전에서 상주를 2대1로 꺾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황 감독은 "강원의 경기를 봤다. 분위기가 긍정적이다. 교체멤버도 공격적으로 가지고 간다"며 "만만한 경기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쉽지 않은 상대지만, 강원전에서 승리를 거두면 반등 기회를 잡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서울은 강원을 시작으로 웨스턴 시드니(15일 ACL), 광주FC(19일)와 연달아 붙는 만큼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 황 감독은 "이슈가 되는 경기다. 승리해서 반전 분위기 갖고 싶다"며 "3월 A매치 전까지 3경기가 있다. 잘 준비해서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FC서울이 봄을 향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서울은 10일 오후 결전지인 평창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