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들어 스포츠계가 두 번 들썩였다.
지난달 6일(이하 한국시각) 믿을 수 없는 역전 드라마가 전파를 타고 전세계로 퍼졌다.
첫번째 기적은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에서 나왔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뉴 잉글랜드는 애틀랜타에 3쿼터 6분29초까지 3-28로 뒤지고 있었다.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뉴 잉글랜드는 놀라운 후반 집중력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슈퍼볼 역사상 첫 연장 승부. 승리는 추격자의 몫이었다. 뉴 잉글랜드는 먼저 얻은 공격권을 터치다운으로 성공시키면서 통산 5회 우승을 달성했다. 무려 25점 차이를 극복한 기적의 역전승이었다.
뉴 잉글랜드가 선사한 대역전극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 또 한 번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무대는 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누캄프에서 벌어진 바르셀로나와 파리생제르맹(PSG·프랑스)의 2016~2017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
스페인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거함의 충돌, 그러나 긴장감은 다소 덜했다. 승부의 무게추는 이미 PSG쪽으로 쏠려있었다. PSG는 16강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를 4대0으로 격파했다.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를 보유한 바르셀로나지만 4점 차 판을 뒤집기는 힘들어 보였다. 바르셀로나의 16강 탈락이 기정사실화 되던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전반 3분 수아레스가 선제골을 넣었다. 큰 감흥이 없었다. 그리고 전반 40분 PSG의 자책골. 역시 희망을 걸기엔 부족했다.
후반으로 이어진 승부.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후반 5분 메시가 PSG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위기를 느낀 PSG는 후반 17분, 에딘손 카바니가 골을 넣으며 바르셀로나의 의지를 꺾었다. 바르셀로나 입장에서 속절없이 시간이 흘렀다. 후반 종반, 전광판 스코어는 3-1. 1차전 결과를 합산하면 3-5로 바르셀로나의 탈락이 확실시되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바르셀로나가 거짓말 같은 '기적의 스토리'를 쓰기 시작했다. 후반 43분, 네이마르가 추격골을 터뜨리더니, 후반 45분 한 골을 더 넣었다. 이어 종료 직전 세르히 로베르토가 쐐기를 박았다. 6대1 대승. 1, 2차전 합계 6대5로 승부가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1차전에서 4골 차로 패한 팀이 2차전서 역전한 것은 UCL 역사상 최초다. 종전 기록은 2003~2004시즌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이하 데포르티보)와 AC밀란의 8강전이었다. 1차전서 1대4로 패한 데포르티보가 2차전서 4대0으로 승리하며 4강에 오른 바 있다.
바르셀로나와 뉴 잉글랜드의 인연도 화제가 됐다. 바르셀로나 승리 후 뉴 잉글랜드 구단 SNS에 "믿을 수 없는 승리를 축하한다"는 문구와 함께 네이마르와 메시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 네이마르는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뉴 잉글랜드 유니폼을 들고 있었다. 이는 2013년 뉴 잉글랜드 홈 구장인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포르투갈 평가전을 위해 미국을 찾았던 네이마르에게 뉴 잉글랜드가 선물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뉴 잉글랜드 우승 후 슈퍼볼 월드투어를 하던 뉴 잉글랜드의 롭 그론코프스키는 바르셀로나를 방문, 메시와 수아레스를 만났다. 바르셀로나는 그론코프스키 이름이 쓰여진 유니폼을 선물했다. 종목을 넘어 '기적'으로 하나가 된 뉴 잉글랜드와 바르셀로나.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극복해낸 두 클럽이 전 세계인에게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라는 울림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