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엔 꼭 경기장에서 보여줄 겁니다."
제주 '캡틴' 오반석(29)의 2016년은 고난, 그 자체였다. 오반석은 2015시즌 종료 후 스포츠 탈장 수술을 했다.
수술의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동계훈련에 합류하지 못했다. 2016년 클래식 개막전에 돌아오겠다던 그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달력이 4월로 넘어갔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 약속은 4월의 끝자락인 30일 포항전에야 지켜졌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6월 왼무릎 내측인대가 손상되며 또 다시 병원 신세를 졌다. 재활 끝에 7월 20일, 성남전에 복귀했지만 채 1달도 되지 않아 다시 쓰러졌다. 이번엔 허리 디스크였다.
"그 때만 생각하면 참 답답하다."
오반석이 줄부상으로 신음하는 사이 제주는 힘겨운 여름을 이겨내고 승승장구 했다. 3위로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획득했다. 오반석의 마음은 복잡했다. "기쁘면서도 기여한 바가 적어 마음도 무겁다." 오반석은 지난해 두 차례 주장직 반납을 요청했으나, 조성환 감독이 반려했다.
이를 악물었다. 조용형 김원일, 알렉스 등 다수의 중앙 수비수가 영입되면서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지만 당당히 자리를 꿰찼다. 오반석은 지난달 22일 장쑤 쑤닝(중국)과의 ACL 조별리그 H조 1차전 선발로 나섰다. 조용형 김원일과 스리백 호흡을 맞췄다. 오반석은 왼쪽에 섰다. "걱정을 했는데 손발이 잘 맞았다. (조)용형이 형, (김)원일이 형이 잘 이끌어줬다."
그러나 결과는 아쉬웠다. 0대1로 졌다. 오반석은 "물론 언제나 패배는 아쉽고 아프다"면서도 "실망하지 않았다. 경기력이 워낙 좋았기에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다른 선수들도 같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 기대감은 이내 현실이 됐다. 이후 이어진 원정에서 감바 오사카(일본)를 4대1로 완파했다. 이어 인천과의 클래식 1라운드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1대0 승리를 거뒀다. 오반석은 "참 희한하다. 장쑤전 전엔 장쑤만 잘 넘기자 생각하고, 감바전 전엔 감바만 잘 넘기자 했다. 그런데 인천전도 마찬가지였다"며 "프로의 세계가 이런 것 같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마치 전쟁 같다"고 했다.
오반석은 돌려 말하지 않는다. 짧은 말로 핵심을 짚는다. 그에게 물었다. '올 시즌 목표가 무엇인가.' 즉시 답이 돌아온다. "부상 없이 뛰는 것."
이 한 마디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 자신이 부상 없이 제 몫을 하면 모든 게 잘 될 것이란 의미다. 여기엔 동료들에 대한 '무한 신뢰'도 포함됐다. 오반석은 "기존 선수들은 더 좋아졌고, 새로 합류한 선수들도 정말 뛰어나다. 감독님의 전술 완성도도 높아지면서 제주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며 "주장인 나만 다치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제 몫을 해내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