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여파가 스포츠계로 번지고 있다.
하루가 머다않고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뜨거운 감자'는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다. 상황은 악화일로다. 지난 6일 밤, 사드의 발사대 2기를 포함한 일부 장비가 한국에 도착했다. 사드 레이더의 관측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 자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침해한다는 중국의 억지 춘향에 국방부는 시종일관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들은척도 안하며 자기 논리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홍색(자급자족식) 공급망 강화 차원에서 자국이 취약한 영역의 산업을 중심으로 한국기업 제재에 나서고 있다.
중국 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규제에 나선 중국 당국은 '한류'를 차단시켰다. 한 발 더 나간 중국은 보복 영역을 스포츠까지 확대시키는 모양새다.
가장 먼저 제2회 한-중-일 남자 클럽 국제배구대회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 대회는 지난해 7월 인천에서 처음 막을 올렸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남자 배구 리그 상위권 3개 팀이 출전하는 형식의 이벤트성 대회였다. 올해는 다음달 22일부터 24일까지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한데 아쉽게도 일본 팀이 5월 자국에서 열리는 천황컵 대회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로 참가를 포기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남자 리그 2위까지 모두 4개 팀이 출전하는 대회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마저 대회 참가 여부에 대해 묵묵부답이라 한국배구연맹(KOVO)은 애간장만 태우고 있다. 김대진 KOVO 홍보팀장은 "사드 이슈 때문에 대회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주까지 중국 측에 대회 참석 여부에 대한 회신을 부탁해 놓았다"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 배구는 중국 배구와의 교류를 재개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KOVO는 좋은 분위기를 틈타 아시아 클럽간 대항전 또는 인터리그 형식으로 대회 규모를 키워 나가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사드란 변수에 발목이 제대로 잡혔다.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한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의 모든 스포츠를 관장하는 체육총국이 비공식적으로 한국과 스포츠 교류를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또 중국 팀들이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는 참가하지 말라는 지침도 함께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축구에도 불통이 튀었다. 슈틸리케호는 오는 23일 중국 창사 허룽 스포츠센터에서 중국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을 원정에서 치른다. 이 경기는 슈틸리케호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분수령으로 꼽힌다. 중국, 시리아와의 초반 2연전에서 승리를 챙길 경우 순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때문에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전세기 이용을 고려했다. 그러나 중국이 제동을 걸었다. 전세기를 이용하려면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한국 항공사들의 전세기 운항 요청을 반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축구협회가 이용하는 항공사는 지난 1월 전세기 이용이 힘들 것이라는 내용을 협회 측에 전달했다. 사드 보복성 조치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중국축구협회는 국내 취재진의 초청장 발급도 미루고 있다. 선수단에 대한 초청장은 발부했지만 초청장을 받아야 취재비자를 취득해 중국 내에서 취재 활동을 할 수 있는 취재진은 비자 발급부터 비상이 걸렸다.
경기 당일 선수단에 대한 안전대책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드 문제가 중국인들에게 한국인에 대한 적개심으로 이어지면서 이미 창사 지역 교민들과 중국인들 간 충돌 사태까지 벌어졌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교민들은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중국 원정에는 한국 팬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하나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붉은 악마 50명을 포함해 총 140여명의 팬은 현지 응원을 취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축구협회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중국축구협회 측에 경기장 내 안전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기장 밖 경호 문제는 중국축구협회 측의 의무 사항이 아니라 한국대사관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중 사드 갈등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첨예화 되면서 그 불똥이 애꿎은 스포츠로 옮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