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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국대 전담팀, 이제는 정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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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국가대표 전담팀, 이제는 정말 필요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충격적인 결과에 고개를 떨궜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A조 1라운드 이스라엘, 네덜란드를 상대로 2연패한 대표팀은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까지 날렸다. 8일 대만이 네덜란드에 패하면서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2013년 WBC에서도 1라운드 통과에 실패했던 한국 대표팀은 2회 연속 예선 탈락 아픔을 맛보게 됐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WBC 대회에서 최악의 결과를 냈다는 사실이 뼈아팠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금전적 적자를 감안하면서까지 WBC 안방 개최를 추진한 이유는 국제 경쟁력 때문이었다. 가장 최근 국제 대회인 2015년 프리미어12까지, 아시아에서 열리는 큰 야구 경기는 대부분 일본과 대만 주최였다. 한국은 여러 사정상 개최가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국내 최초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 개장과 더불어, 국제적으로 한국 야구의 위상과 이미지를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WBC 탈락은 이제 이미 지나간 일이다. 앞으로를 대비해야 한다. 이제는 국제 대회를 대비한 전담팀이 필요하다. 이제 매 해 국제 야구대회가 열린다. 당장 내년에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 있고, 2019년에는 한국이 초대 우승을 차지했던 프리미어12도 예정됐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가 부활하며, 이를 대비한 예선전은 한 해 전에 열린다. 2021년이 되면 다시 WBC가 기다린다. 폐지되거나, 야구가 정식 종목에서 퇴출되지 않는다면 국제 대회는 앞으로 매년 있다고 볼 수 있다.

KBO리그는 국제대회에서 거둔 좋은 성적으로 많은 혜택을 봤다. 벌써 9년 전인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은 KBO리그의 최전성기를 선물했고, WBC와 아시안게임, 가깝게는 프리미어12 우승도 야구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기폭제였다.

그러는 사이 매번 거론만 되는 전담팀은 아직도 '제로 베이스'다. 한국야구에 있어 대표팀은 '독이 든 성배'와 같았다.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을 먹는 자리다. 감독들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자리를 고사하기 바빴고, 선수들도 심리적 압박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때로는 '병역 혜택이 있는 대회만 열심히 한다'는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좋은 성적을 거둘 때 엄청난 환호가 쏟아지지만, 달콤함은 잠시 뿐이다. 솔직히 부담이 더 크다.

전담팀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계약 기간을 정해놓고 전임 감독제를 하면, 당장 해당 대회 성적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선수들에게 주는 동기부여도 보다 확실하게 줄 수 있다. '국가를 대표해서 뛰는데 굳이 동기부여나 혜택이 필요하냐'는 비난이 있을지 모르나, 대표팀에 뽑히는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다. 소속팀에서의 입지와 역할 때문에 대표팀에서 몸을 사린다고 해도, 그것이 '틀렸다'고 하기 힘들다. 그래서 더더욱 동기부여는 필요하다.

유대인이라는 끈으로 연결된 이스라엘 대표팀이나 퀴라소 섬 출신 연대감으로 똘똘 뭉친 네덜란드 대표팀과 비교하면서 '간절함', '헝그리 정신'을 이야기 하기에는 시대가 바뀌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잘못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전력 분석도 마찬가지. 그동안은 국제대회가 열리면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꾸려지면서, 그때 그때 전력 분석팀을 구성했다. 최근 대회인 프리미어12와 WBC에서는 김시진 전력분석팀장을 비롯해 대부분 선수 출신들이 전력분석원이 돼 상대 국가의 전력을 살폈다. 최근 국제대회는 스카우팅 리포트 싸움이다. 전력 분석도 전담팀이 꾸려져야 세밀한 체계를 갖출 수 있다.

WBC 1라운드 탈락이 누구의 잘못이라고 짚어낼 수는 없다. 넓게 보면 한국야구가, 대표팀이, KBO리그가 발전할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인식 감독도 "이번 대회 결과에 마음이 아프지만, 선수들과 한국야구가 한단계 올라설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국가대표 전담팀, 더 미룰 이유는 무엇인가.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