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에 대한 헌신과 충성도는 갈수록 희석될 것이다."
김인식 WBC대표팀 감독은 9일 1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대만전에 앞서 대회 소회를 털어놨다. 김 감독은 "1라운드 탈락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모든 것은 감독책임이다. 감독은 그런 자리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욕을 먹는 자리다"고 말했다. 대표팀 경기력을 두고 많은 얘기가 오가고 있다. 특히 국가대표에 대한 헌신과 간절함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사령탑은 동의했다.
김 감독은 "예전에 비해 선수들이 하고자하는 마음이 약간은 차이가 있다. 그 부분이 없진 않다. 아마 갈수록 국가대표에 대한 헌신은 그 정도가 희석될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강요할 수도 없다. 제도적으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도 하고, 선수들도 좀더 태극마크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엄청난 몸값을 받는 선수들이고 몸이 재산이다. 무조건적인 헌신을 강요하기도 힘들다. 양쪽이 모두 다가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 10년간 류현진 김광현 이후로 좋은 투수들이 너무 줄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여파로 '월드컵 키즈'가 축구쪽으로 많이 빠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안다. 지금은 고교 무대에도 145㎞ 이상을 뿌리는 유망주 투수들이 십수명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영광을 보고 야구를 배워왔다. 앞으로는 나아질 수 있다. 김하성 등 젊은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 어떻게든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지도자들과 언론에 보내는 메시지도 전했다. 김 감독은 "더 젊고 유능한 감독들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을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한번의 결과에 너무 많은 비난이 폭주하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 다음, 그다음에는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도 있다. 발전이 중요하다. 지도자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패착에 대해선 "첫 경기(이스라엘전)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결정적이었다. 또 우리는 오른손 선발투수도 태부족이다. 이대은이 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국내에 다른 투수들을 데리고 오려해도 자원이 없다. 어제(8일)는 대만이 네덜란드를 잡는줄 알았다. 네덜란드 투수들이 벤덴헐크 등 강한 선수들이 덜 나오니 대만타자들이 방망이를 잘 휘두르고 분위기도 탔었다. 결과적으로는 아쉽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네덜란드가 대만을 잡는 순간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공교롭게도 9일 이스라엘이 네덜란드를 꺾어 한국으로선 대만전 결과에 따라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수도 있었다. 고척=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