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탈락이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은 이제 다른 팀들의 경기 결과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국은 7일 1라운드 A조 2차전에서 네덜란드에 5대0으로 완패했다.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에이스로 성장한 릭 밴덴헐크 등 네덜란드 투수들을 공략하지 못했다. 2패를 기록한 한국은 A조 최하위로 밀려났다. 이날 현재 이스라엘이 2승으로 선두, 네덜란드가 1승, 대만이 1패다.
한국이 1라운드를 통과하려면 9일 대만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 하지만 앞서 열리는 2경기 결과에 따라 대만전은 무의미해질 수 있다. 8일 경기에서 대만이 네덜란드를 눌러야 하고, 9일 이스라엘이 네덜란드를 이겨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럴 경우 이스라엘이 3승으로 A조 1위를 차지하고, 나머지 세 팀이 1승2패로 동률을 이루게 된다. 한국이 2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한 시나리오는 이것 밖에 없다. 전제 조건을 후하게 쳐서 각 팀의 승리 가능성을 2분1이라고 쳐도 이 시나리오가 이뤄질 확률은 8분1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이번 WBC 규정에 따르면 3팀간 동률일 경우 타이 브레이커 룰에 따라 순위를 정하게 된다. 3팀간 맞대결 성적을 기준으로 '최소 팀실점/수비 이닝수→최소 팀자책점/수비 이닝수→최고 팀타율→제비뽑기' 순으로 따지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한 팀이 4위가 확정되면 나머지 두 팀이 10일 따로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이기는 팀이 조 2위를 확정, 2라운드에 진출한다.
그러나 8일 네덜란드가 대만을 이기면 한국은 대만과 함께 2패를 기록, 탈락이 확정된다. 최종전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이스라엘과 네덜란드가 9일 맞대결에서 조 1위를 다툰다. 따라서 한국은 일단 8일 네덜란드-대만전에 운명을 맡겨야 한다. 그러나 대만이 네덜란드를 이길 수 있을까.
대만은 7일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7대15로 대패했다. 믿었던 선발 궈진린과 천관위가 초반에 무너졌다. 타자들도 정확성이 부족했다. 반면 네덜란드는 선발 라인업 자체가 막강하다. 메이저리그 타자가 5명이나 버티고 있다. 이날 한국전에서 드러났듯 타격과 수비 모두 소위 메이저리그급 실력이다. 공수에 걸쳐 네덜란드가 대만에 두 수 정도는 위라고 봐야 한다. 더구나 대만은 7일 43개를 던진 천관위를 네덜란드전에 내세울 수 없다. 혹여 대만이 네덜란드를 잡는다 하더라도 9일 이스라엘도 네덜란드를 꺾어줘야 한다. 객관적 전력을 보면 이 또한 불투명한 시나리오다.
한국으로선 첫 경기인 이스라엘전 필승 계획이 틀어지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볼 수 있다. 이날 네덜란드전을 앞두고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임창용을 제외한 모든 투수들을 동원하겠다"며 의지를 다졌지만, 실력과 컨디션 모두 네덜란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고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