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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 '60대 청춘' 박기원 감독의 '첫 번째' 우승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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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으로 우리 집에서 우승 하는게 가장 멋지지 않나요."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이 허허 웃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7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삼성화재와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6라운드 홈경기를 치렀다.

정규리그 우승까지는 승점 2점이 필요했다. 대한항공은 종전까지 34경기에서 승점 70점을 쌓으며 선두를 질주했다. 정규리그 종료까지 2경기만 남은 상황에서 2위 현대캐피탈(승점 65점)과의 격차는 승점 5점. 이날 경기에서 패하지만 않으면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자력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상황이었다.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박 감독은 "우리 손으로 우리 집에서 우승하는 게 가장 멋진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그러나 호탕한 웃음과 달리 박 감독의 마음은 걱정이 앞섰다. 앞서 현대캐피탈,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패하며 우승 기회를 놓쳤기 때문.

사실 박 감독은 그 누구보다 '우승'에 목마르다. 지난해 4월 대한항공의 사령탑을 맡은 이유도 오직 '우승' 때문이었다. 당시 박 감독은 "대한항공의 제의를 받고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내 배구 인생의 마지막 퍼즐을 채울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국내에서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간절한 우승. 60대 청춘 박 감독은 매일 매일 치열하게 달렸다. 그는 코칭스태프 회의부터 비디오 분석까지, 24시간을 배구로 꽉 채웠다. 변화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대한항공에 3인 서브리시브체제를 도입했다. 외국인 선수 전담 통역을 없애 더욱 끈끈한 팀워크 만들기에 돌입했다.

결과는 달콤했다. 대한항공은 7일 삼성화재를 세트스코어 3대2(25-20, 23-25, 25-20, 20-25, 15-13)로 꺾고 홈에서 '우승 축포'를 쐈다.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이 확정된 순간, 근엄하던 박 감독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었다. 선수들과 우승 기쁨을 누리며 밝게 미소 지었다. 배구 인생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무한도전에 나선 박 감독. 이제는 챔피언결정전 정상을 향해 또 한 번 질주한다.

인천=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