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충무로를 평정한 두 명의 김성훈 감독이 각각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같은 소재의 이야기를 펼치게 됐다. 동명이인의 두 감독이 우연의 일치로 조선판 좀비물을 소재로 한 신작을 발표한 것. 과연 김성훈 감독과, 또 다른 김성훈 감독은 제2의 '부산행'(16, 연상호 감독)을 만들 수 있을까?
먼저, 2006년 개봉한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충무로에 출사표를 던진 김성훈 감독. 안타깝게도 데뷔작인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흥행에 실패, 무려 8년간 차기작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던 그가 심기일전해 내놓은 두 번째 작품 '끝까지 간다'(14)는 쫀쫀한 스토리와 탄탄한 연출로 평단의 큰 호평을 받았고 무려 34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하정우를 주연으로 내세운 세 번째 영화 '터널'(16)에서는 712만 관객을 동원, 명실상부 충무로 흥행 감독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김성훈 감독은 네 번째 연출작으로 tvN '시그널' SBS '유령' '싸인' 등을 집필한 '스릴러 대가' 김은희 작가와 손잡고 조선판 좀비 드라마 '킹덤'을 연출하게 됐다.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방송될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2018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 국가, 9300만 가입자에게 독점 공개된다.
총 8편으로 기획되고 있는 '킹덤'은 조선의 왕세자가 의문의 역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라 전체를 위협하는 잔혹한 진실을 밝혀내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사극이라는 익숙한 장르에 좀비 스릴러 포맷을 더한 이색적인 드라마가 될 전망이다. 국내 팬들에겐 사극이라는 익숙함과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한 좀비물에 대한 신선함이 관전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고 해외 팬들에겐 낯선 사극과 익숙한 좀비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재미를 선사할 전망이다.
'끝까지 간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에 이어 지난 설 연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공조'의 김성훈 감독 역시 조선판 좀비물을 소재로 한 차기작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미국 명문으로 불리는 아트 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에서 연출을 전공한 김성훈 감독은 2013년 개봉한 '마이 리틀 히어로'를 시작으로 충무로에 발을 들였다. 선배 김성훈 감독처럼 데뷔작에서는 흥행의 맛을 느끼지 못했던 김성훈 감독은 4년 만에 꺼내 든 두 번째 작품 '공조'로 무려 781만명을 동원, 메가 히트를 터트렸고 단번에 충무로의 루키로 떠올랐다.
이런 김성훈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 역시 조선판 좀비물인 '창궐'이다. 앞서 '끝까지 간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김은희 작가의 손을 잡았다면 '공조'의 김성훈 감독은 '올드보이'(03, 박찬욱 감독) '광해, 왕이 된 남자'(12, 추창민 감독)을 집필한 '충무로 스토리텔러' 황조윤 작가와 의기투합했다. 무엇보다 '창궐'은 좀비물의 새 지평을 연 '부산행'의 투자·배급처 NEW가 다시 한번 투자·배급을 결정해 눈길을 끈다.
'창궐'은 병자호란 이후 인간의 살을 물어뜯고 피를 마시는 야귀(夜鬼)가 조선에 창궐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밤에 나타나는 귀신을 뜻하는 야귀는 햇빛이 들지 않는 밤에 활동하며 야귀에 물린 인간들 역시 야귀로 변하는 조선판 좀비로 '부산행' 못지않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낼 전망이다. '공조'로 호흡을 맞춘 현빈이 일찌감치 '창궐' 합류를 결정한 상태. 주·조연 캐스팅을 마무리 짓고 올해 하반기 촬영에 돌입할 '창궐'은 이르면 올해 겨울, 혹은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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