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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 '임금 꺾기'에 '이중 출퇴근장부'까지…알바생 부당 대우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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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 상영관 업계 2위인 롯데시네마가 아르바이트생(알바생)을 상대로 '임금 꺾기'를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뜨겁다.

지난해 10월 이랜드파크가 알바생의 임금을 이른바 '꺾기'로 미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논란을 빚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에서 100여개의 영화관을 운영 중인 롯데시네마까지 알바생들에게 비슷한 부당 대우를 한 것으로 드러난 것. 더욱이 롯데시네마는 시급·시간 꺾기 외에도 쪼개기 계약, 2중 출근 장부 의혹까지 더해지며 알바생들의 분노를 더욱 키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롯데시네마는 파문이 확산되자 그 때서야 뒤늦게 불법·편법으로 손해를 본 이들 알바생에 대해 보상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해서 빈축을 사고 있다.

결국 롯데시네마는 '행복한 기억'을 선물하겠다는 '해피 메모리스(Happy Memories)'를 기업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약자인 알바생들에게는 '나쁜 기억의 일터'로 각인돼 버렸다.

▶알바생 울린 불·편법 3종 세트로 논란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알바노조)는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롯데시네마가 알바생들에게 저지른 불법, 편법 문제를 폭로했다.

이들은 롯데시네마가 알바 노동자에 '시급 꺾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시급 꺾기'란 근로 시간을 15분, 혹은 30분 단위로 측정해 초과한 시간에 대해서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가령 사업장이 30분 단위로 '시급 꺾기'를 할 경우 7시간 50분 동안 일을 한 노동자는 7시간 30분 노동에 대해서만 시급을 받게 된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불법이다.

알바노조가 올 1~2월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롯데시네마 알바생 10명을 조사한 결과 8명은 '시급 꺾기'를 당했다. 또 10명 중 6명은 강제 퇴근을 당하는 일명 '시간 꺾기'를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시네마의 편법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날 시위 현장에는 지난해부터 올 1월까지 롯데시네마에서 일한 알바생 김모씨가 부당 행위를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딱 근로계약서상 명시된 대로 정시에 출근해서 정시에 퇴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임금을 지급할 때에는 실제로 출근한 시간과 퇴근한 시간을 기록하게 해서 이걸 바탕으로 실제로 일한 시간을 계산해 임금을 주게 되어 있다"며 "그러나 (회사측은) 지문 출퇴근 기록기가 있었는데도, 따로 수기로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게 하는 등 '이중장부' 존재가 의심되는 행동을 했고, 임금도 실제 출퇴근시간을 기록한 지문출퇴근기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수기로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게 한 그 장부대로 주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롯데시네마는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 알바생들과 10개월 단위 계약을 일삼았고, 자체 유니폼을 입도록 규정하고선 이 시간에 대해 임금을 주지 않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그러다보니 알바생들은 롯데시네마에서 더 일하고 싶어도 10개월이 차면 그만두고 몇 달 뒤에 다시 와야 했고, 유니폼을 입고 준비하는 시간이 평균 10분 이상 걸리지만 모두 근무시간에서 제외되는 피해를 입었다.

▶지금까지 뭐하고 이제서야…제대로 된 보상안 나올까?

이에 알바노조는 롯데시네마의 적극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알바노조 이가현 위원장은 "롯데시네마는 상기한 임금체불과 부당한 꼼수 근로계약을 즉각 시정해야 한다"며 "노동부는 롯데시네마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어떤 부당행위가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또 알바노동자 근로시간 전수조사를 통해 부당하게 가로챈 임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롯데시네마 측은 "양측간에 다소 오해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우선 '시급 꺾기'에 대해 "알바생 급여를 30분 단위로 산정해 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랜드 사태 이후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 2월부터 분 단위로 산정하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커지고 있는 이중 출퇴근장부와 관련, 롯데시네마 측은 "지문 출퇴근 기록기는 급여 산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출근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설치했던 것이다. 무수히 많은 알바생들의 출퇴근 관리 차원에서 도입했던 것이지 출근 시간 확인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퇴직금 기피를 위해 10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했던 부분은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10개월 단위로 근로 계약을 했던 것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돼 지난해 11월부터 수정했다"며 "현재는 3개월간 인턴을 마친 이후에 무기계약 형태로 근로 계약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롯데시네마는 이미 손해를 본 알바생들이 불만을 터트리며 파문이 확산되자 이제야 보상안을 마련 중이다. 롯데시네마 측은 "전국 롯데시네마에서 일하는 알바생이 대략 2500명 정도"라며 "다른 업체에 비해 알바생에 대한 처우가 좋은 것은 사실인데 일부 근로 조건에 있어 잘못된 것이 지적된 만큼 이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조만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힌 것.

이런 사실이 전해지자 롯데시네마의 전 알바생들과 온라인 상에서 롯데시네마의 행태에 대한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롯데시네마에서 일했던 한 알바생은 "우리들이 열악한 근로 조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면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는 답을 주로 들어왔다"며 "그런데 이랜드의 경우처럼 사회적 문제가 되니 바로 바뀌는 행태가 정말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알바생 관련 온라인카페에서는 "그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논란이 커지자 이제 와서 보상을 고려하겠다는 심보가 참 고약하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