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이스라엘의 생각대로 됐다. "승리를 하기 위해 왔다"는 이스라엘 대표팀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스라엘은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과의 1라운드 경기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회초 스콧 버챔의 결승타로 첫 경기를 잡았다.
사실 이스라엘도 안타 8개에 볼넷 9개를 얻어내고 2점을 냈으니 아주 순조로운 승리는 아니었다. 점수를 더 낼 수 있는 숱한 찬스를 놓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수 기용, 대타 타이밍이 계산대로 되면서 한국을 꺾을 수 있었다.
제리 와인스타인 감독은 호투하던 선발투수 제이슨 마르키스를 투구수 45개만에 내렸다. 마르키스는 3이닝 동안 12타자를 상대해 2안타 3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WBC 1라운드 제한 투구수는 65개다. 보통 선발 투수는 65개를 채우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승부수를 띄웠다. 4회 한국 중심타선 상대를 앞두고 투수 교체를 택했다. 와인스타인 감독은 경기 후 "전략의 일부였다. 마르키스는 충분히 자신의 역할대로 던졌고,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또 마르키스가 40살 노장 선수인 것도 감안해야 한다. 충분한 회복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꺾은 이스라엘은 7일 대만전에 이어 9일 네덜란드를 상대한다. 45개 밖에 안던진 마르키스는 이틀의 휴식을 거쳐 네덜란드전에 등판할 수 있다.
마무리로 나선 조시 자이드를 마지막까지 밀어붙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불펜 투수들도 30개 이상 던지면 다음날 무조건 휴식을 취해야하기 때문에, 투구수 부담이 따른다. 더군다나 이스라엘은 다음날 대만과 낮 경기를 치러야 한다.
자이드는 마지막 투수로 3이닝을 던지며 투구수 49개를 기록했다. 선발 마르키스보다 많은 갯수다. 대만전 등판은 포기하고, 한국 타자들이 공략하지 못하는 투수에게 마무리까지 맡긴 것이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자이드는 흔들림 없이 3이닝 1안타 4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것 역시 이스라엘의 작전이 통했다.
대타 타이밍도 완벽했다. 와인스타인 감독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아이크 데이비스를 제외했다. 뉴욕 양키스 소속인 데이비스는 이스라엘 타선의 핵심 선수 중 한명이다. 그러나 약점을 감안했다. 와인스타인 감독은 "데이비스가 좌투수에게 무척 약하기 때문에 라인업에서 뺐다"고 설명했다.
데이비스는 8회초 1사 1루 찬스에 대타로 타석에 섰다. 그리고 임창민을 상대로 우전 2루타를 터트리며 한국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한국의 마무리 오승환을 불러내는 중요한 대타 안타를 쳤다.
이날 경기전 와인스타인 감독과 투수 코리 베이커는 "이스라엘이 약체로 평가받고 있는데 저평가라고 생각하나"라고 묻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단호하고 분명히 답했다. 와인스타인 감독은 "저평가는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일 뿐이다. 우리는 저평가된 것이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팀일 뿐이다. 우리 선수들을 직접 보면 약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베이커 역시 "왜 그런 식으로 분류하는지 모르겠다. 선수들은 자신감에 가득 차있다. 우리 스스로 증명하고 싶다"고 어필했다. 그들의 자신감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이스라엘은 예상보다 훨씬 더 강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