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전력 분석 싸움에서도 진 것이었을까.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 개막전. 연장 승부 1대2 패배. 한국 대표팀이 숱한 찬스를 날리며 자멸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 한국을 긴장시킨 건 생각 이상으로 탄탄했던 이스라엘의 전력이었다. 막상 붙어보니 이스라엘이 생각보다 강해 벤치와 선수들이 당황을 했고, 이닝이 거듭될 수록 앞서나가지 못하니 초조함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막판 수차례 찬스를 날리고, 마지막 위기를 넘지 못하며 결승점을 내준 건 이 영향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대회 전부터 이스라엘을 너무 얕본 면이 있다. 막상 경기를 해보고 실전을 지켜본 상무 박치왕 감독, 경찰 유승안 감독은 "방심하면 안되는 팀"이라고 했지만, 메이저리거들이 다수 포함된 네덜란드에 비해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덜했다. 단순히 "타격은 큰 타구를 칠 수 있는 선수들이 몇몇 있어 주의해야 한다. 투수력, 수비 등은 크게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이크 데이비스처럼 그나마 이름값있는 타자 몇 명 외에 정보가 없으니, 마이너리거들이 모여 몇 주 훈련한 팀이 조직적으로 얼마나 완성됐겠느냐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생각보다 잘 만들어진 팀이었다. 핵심은 포수 라이언 라반웨이. 라반웨이는 메이저리그 통산 134경기 출전이 전부인 선수다. 대부분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다. 마이너 시절 100홈런 타자로 일발 장타력만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100경기 이상의 경험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초반 경기를 치르니, 마치 한국 타자들을 상대해본 경험이 있다는 듯 능수능란한 리드를 했다. 마무리 조시 자이드는 직구-슬라이더 투피치 투수였는데 한국 타자들이 직구를 기다리면 슬라이더가, 슬라이더를 노리면 직구가 들어왔다. 제한된 투구수에 다양한 투수들이 나와 한국 타자들이 당황한 측면도 있었지만, 라반웨이의 예측할 수 없는 볼배합에도 허를 찔렸다. 경기 후반 이용규의 결정적인 도루 저지도 돋보였다. 10회 결정적인 좌중간 안타는 활약의 방점을 찍었다. 경찰 유승안 감독은 "이스라엘이 포수가 약하다고 하니 우리가 유리하게 경기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잘못된 전망이었다.
수비도 마찬가지. 이스라엘의 톱타자이자 중견수인 샘펄드는 계속해서 한국 타자들의 안타성 타구를 걷어냈다. 유격수 스캇 버챔도 메이저리그급 수비를 여러차례 선보였다. 그의 안정적인 수비에 한국은 연속 병살타로 울어야 했다. 버챔은 10회 결승타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샘펄드와 타이 켈리의 테이블세터는 컨택트 능력이 매우 좋았다. 이 두사람 때문에 타선의 짜임새가 생겼다.
가장 큰 반전은 '이스라엘의 오승환' 조시 자이드. 3이닝 동안 49개의 공을 던져 1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하며 팀의 2대1 승리에 기여했다. 직구는 150km를 쉽게 넘었고, 130km 중반대의 슬라이더가 날카로웠다. 조이드의 구위에 우리 타자들 기가 눌렸고, 전체적으로 연장 패배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봐야한다. 경기 후반 이스라엘에서 이런 투수가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 못한 반응이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