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듯 낯선 '슈퍼매치'였다.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FC서울과 수원 삼성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공식 개막전에서 격돌했다. 서울은 지난해 리그 챔피언, 수원은 지난 시즌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믿고 보는 슈퍼매치에 상암벌은 경기 시작 한 시간 반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을 상징하는 검붉은 유니폼과 수원을 응원하는 파란 물결이 경기장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라운드는 달랐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낯설었다. 서울은 '신인' 김한길과 '이적생' 이상호를 좌우 윙백에 배치했다. 수원은 신인급 장호익과 고승범을 투입해 맞불을 놨다. 뉴페이스 매치업이었다.
양 팀 감독들은 새 얼굴에 대한 믿음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황선홍 서울 감독은 "김한길은 신인이지만, 동계 훈련 때부터 지켜봤다. 패기 있는 모습이다. 스피드가 있어서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팅을 했는데 본인은 부담감을 이기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수원의 장호익과 매치업으로 맞붙는데 이미 붙어본 적이 있다며 '해볼만 하다'고 했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에서 서울로 이적한 이상호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황 감독은 "이상호가 잘해줄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의욕이 너무 앞서서 냉정해지라고 얘기했다. 상황을 즐기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에 맞서는 서정원 수원 감독 역시 칭찬으로 선수들의 기를 세웠다. 서 감독은 "고승범은 지난 시즌 서울, 전북 등 강팀과의 맞대결을 경험한 바 있다.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 믿고 맡겼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개막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익숙한 슈퍼매치에 낯선 라인업을 끌고 들어온 새 얼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움직였다. 데뷔전에 나선 김한길은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프로에서 맞붙은 장호익을 괴롭혔다. 둘의 기싸움은 김한길이 교체되기 전까지 전반 45분 동안 팽팽하게 이어졌다.
이상호와 고승범의 매치업도 눈길을 끌었다. 초반에는 고승범의 활약이 빛났다. 고승범은 이상호를 밀착 마크하며 꽁꽁 묶었다. 이상호는 전반 내내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상호는 후반 17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깜짝 밀어넣기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새 얼굴들이 빚어낸 낯선 라인업이 눈길을 끌었던 올 시즌 첫 번째 슈퍼매치. 결과는 1대1 무승부였다.
상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