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이론'은 정치에서 자주 등장한다. 특정한 단어나 개념을 던져 대중이 그것을 머릿속에 많이 떠올리게 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국을 이끈다는 이론이다. 이는 심리학에 기초한다. 어떤 단어나 개념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원하든 원치않았든 계속 생각을 곱씹게 된다. '절대로 OOO 하지마라'같은 조언을 들으면 머릿속에는 하지마라 보다는 OOO가 각인된다는 뜻이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34)는 WBC대표팀에서 '쿨가이'로 통한다. 생애 첫 태극마크에 대한 자긍심, 100억원 FA계약으로 인한 여유, 여기에 누구보다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대표팀 안팎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하지만 최형우는 대표팀에서 당장 적응이 쉽지 않다. 지난 4차례 연습경기와 평가전에서 아직 안타가 없다. 쿠바와의 고척돔 두 차례 평가전 6타수 무안타에 오키나와 두 차례 연습경기 5타수 무안타까지 11타수 무안타다.
최형우는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에 약간 급해진다. 조급해지지 말아야 하는데 다소 급해진다. 이것만 떨쳐내면 좋은 타구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이 '조급함'을 키울 수 있다. '조급해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오히려 조급함을 부추길 수 있다.
최형우가 지난해 KBO리그 최고 타자중 한명이지만 그도 대표팀에선 새내기다. 전혀 다른 환경이다. 최고타자인 최형우도 평가전, 연습경기에서 낯선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다행히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별반 걱정하지 않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타선이 전반적으로 걱정이다. 하지만 최형우에 대해선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최형우는 점점 좋아지는 단계다. 일본에서의 평가전 때도 타구의 질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지난해 타율 3할7푼6리, 195안타 31홈런 144타점을 기록했다. 정확도, 파워, 찬스능력을 골고루 보여줬다. 김인식 감독은 4번 타자의 능력과 의지를 믿고 있다. 최형우는 KBO리그에서도 몰아치기에 능했다. 계기만 만들어지면 상황을 180도 바꾸곤 했다. 평가전을 치르는 이유는 이런 저런 경험을 위함이다. 본 대회는 아직 시작전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