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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개막특집]각팀 감독들의 사자성어로 본 새시즌 화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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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절불굴.'

K리그 클래식 12개팀 감독들의 새 시즌 마음가짐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마음은 곧 몸을, 팀을 움직인다.

2017년 K리그의 날이 밝아오고 있다. 올 시즌 K리그는 이번 주말(3월4, 5일) 일제히 막을 올려 9개월간 대장정을 치른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은 이미 잊었다. 이제 새로운 출발, 도전이다. 어떤 스토리가 2017년 그라운드를 수놓을까. 스포츠조선은 K리그 개막을 맞아 특집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특집 기획 1탄은 각 구단 사령탑의 '사자성어' 열전이다. 세상만사 다 그러하듯, 새 출발을 앞두고 각자의 다짐으로 마음을 다잡기 마련이다.

축구뿐 아니라 모든 프로스포츠에서 감독에게 최고의 꿈은 '정상(우승)'이다. 달려가는 길과 과정이 다를 뿐이다. 12개 구단 감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꿈을 향한 염원을 표현하는 방식도 제각각, 흥미로웠다.

사자성어에서 엿볼 수 있는 마음가짐 유형을 살펴보면 대세는 이른바 '투사형'이다. 물불 가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전진한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현했다.

가장 인기있는 사자성어는 '백절불굴(百折不屈)'. 유일하게 복수의 선택을 받은 일성이다. 황선홍(서울), 노상래(전남), 남기일 감독(광주) 등 3명이 '백 번 꺾여도 결코 뜻을 굽히지 않는다'고 다짐했다.

목표를 향해서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열혈 전사의 메시지를 담았다. 서울은 지난해 K리그 정상에 올랐다. 최강 전북의 승점 감점 징계로 인한 부수 효과도 있지만 감점 이후에도 치열하게 전개됐던 우승 레이스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데에는 백절불굴의 의지 덕분이라는 게 서울 구단의 자평이었다.

황 감독은 올해 백절불굴을 다시 선택했다. 지난해 전임 최용수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뒤 본격적으로 '황선홍식 축구'를 보여야 하는 올해 K리그 최강의 입지를 다져놓겠다는 염원을 담은 것이다.

2016년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노렸다가 실패한 노상래 감독과 남기일 감독은 한풀이의 야망을 백절불굴이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표현은 다르지만 뜻은 같은 쪽도 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분주파부(焚舟破釜)', 김태완 상주 감독은 '수사불패(雖死不敗)'를 각각 추천했다. 분주파부는 돌아 갈 배를 없애버리고 밥 지을 솥을 깨뜨린다는 '파부침주(破釜沈舟)'와 같은 말로 결사항전의 결의를 담았다. 조 감독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원도, 한도 없이 도전하겠다"고 자신 만의 뜻풀이를 더했다. 수사불패는 국군체육부대(상무) 고유의 슬로건으로 죽을 지언정 패할 수는 없다는 군인정신을 표현한다.

신중하게 자신을 먼저 살피는 '자기성찰형'도 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공피고아(功彼顧我·상대를 공격하기 전 나의 허점을 먼저 살핀다)'를 앞세워 울산의 신임 사령탑으로서 신중한 자세를 나타냈다. 주변의 기대에 맞춰 우승을 목표로 잡은 그는 대대적인 정비를 단행한 팀 사정에 맞춰 집안 완성도에 주안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김 감독의 후임으로 인천의 정식 사령탑이 된 이기형 감독도 '물망초심 초심불망(勿忘初心 初心不忘)'으로 비슷한 마음자세를 드러냈다. "모든 일에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초심을 유지하면 망하지 않는다."

우리를 강조한 '단결형'은 강원 최윤겸, 대구 손현준 감독이다. 최 감독은 "고장난명(孤掌難鳴), 하나로 뭉치면 못할 게 없다"며 "클래식 승격 팀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대동단결할 것"이라고 했다. 손 감독은 "구성원 모두가 온 마음과 힘을 한데 모아 전심전력(全心全力) 하겠다"고 다짐했다.

포항 최순호 감독은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선택해 '혁신형'에 속했고 수원 서정원 감독은 '유지경성(有志竟成·뜻을 올바르게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을 외쳤다. 수원의 명예회복 뜻을 이루기 위해 은밀하게 나아가는 '야심가형'이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올해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전북 최강희 감독은 '자중자애형'을 택해 눈길을 끈다. '평기허심(平氣虛心)'. "마음을 비우고 조용히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구단이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려 ACL 출전권까지 박탈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심경을 엿볼 수 있다.

최 감독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올 시즌 축구판을 들썩거리게 할 전북의 경기력까지 조용할 것이라 믿는 이는 없다. 감독들의 의미심장한 사자성어 출사표에서 보이지 않는 K리그 전쟁은 이미 달아올랐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