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웸블리(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조성준 통신원]소극적이었던 포체티노, 마지막 교체 카드에 아쉬움 남았다
23일(현지 시각) 열린 유로파리그 32강전에서 토트넘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헨트와 2대2 무승부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후반 44분까지 아껴두었던 포체티노의 마지막 교체카드에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포체티노 감독은 2골 이상 승리를 노려야 하는 헨트 전을 앞두고 최근 몇 달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스리백 전술을 다시 꺼내 들었다. 얀 베르통언이 지난 풀럼과의 FA컵 경기를 통해 부상에서 복귀함으로써 베르통언-토비 알더베이럴트-에릭 다이어의 스리백 라인이 가동이 가능해졌다. 부상으로 빠진 대니 로즈가 벤 데이비스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한동안 연승 가도를 달렸던 그 라인업과 동일했다. 손흥민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초반 경기 진행은 나쁘지 않았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성공적으로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었다. 계속해서 볼을 받아 카일 워커, 케인, 델레 알리에게 공을 뿌려주었다. 그리고 전반 9분에는 직접 뒤 공간을 파고들어 선제골을 만들어 내었다. 이후 케인의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토트넘의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이른 선제골로 인해 좀 더 많은 득점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예상과는 다르게 전방 압박을 시도하는 헨트의 뒤 공간을 노릴 수 있는 발 빠른 손흥민이나 무사 시소코가 투입된다면 좀 더 수월한 경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너무나 큰 변수가 생겼다. 전반 38분, 델레 알리가 거친 태클로 퇴장 당한 것이다.
일단 하프타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델레 알리가 빠진 자리를 그대로 놔두고 경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경기가 계속해서 밋밋하게 진행되자 후반 14분, 포체티노 감독은 첫 교체로 벤 데이비스를 빼고 손흥민의 투입을 선택했다. 포백으로의 변화는 아니었다. 놀랍게도 손흥민은 벤 데이비스의 자리인 왼쪽 윙백에 투입되었다. 다만 역할이 달랐다. 스리백은 유지했지만, 왼쪽의 손흥민은 수비 가담을 거의 하지 않는 비대칭적인 모습의 3-5-1 형태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교체 투입된 손흥민의 돌파가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 후반 15분,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서 돌파에 성공한 뒤에 올린 크로스가 에릭센의 슈팅까지 이어졌지만 골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곧바로 토트넘의 골이 터졌다. 오른쪽 측면에서 워커-에릭센을 통해 연결된 볼을 완야마가 마무리 지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시작 후 소강 상태이던 토트넘의 분위기를 교체카드를 통해 변화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포체티노는 다시 한 번 변화를 주었다. 베르통언을 왼쪽 풀백으로 옮기며 전형을 포백으로 바꿨다. 그리고 손흥민과 케인이 투 톱으로 서고 에릭센이 그 밑을 받치는 형태를 택했다. 4-2-1-2 형태가 되었다. 또한 이어 무사 뎀벨레를 빼고 해리 윙크스를 교체 투입 시키며, 윙크스가 한 명이 적은 미드필더 진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한 명이 적은 토트넘이 후반 내내 상대를 몰아 부치기에는 너무도 힘에 겨웠다. 포체티노 감독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후반 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케인이나 에릭센을 과감히 빼거나, 수비수 중 한 명을 교체 아웃 시키는 모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포체티노는 아무런 변화 없이 경기를 이어나갔고, 결국 후반 37분, 헨트에게 동점골을 허용하였다. 체력이 문제였다. 헨트의 역습을 방어하기 위해 지쳐가고 있던 다이어와 알더베이럴트, 공격 가담을 했다가 돌아오지 못한 베르통언과 워커의 빈 공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골이 필요한 마지막 시점, 결정적인 변화를 두려워했던 포체티노 감독은 주저했다. 토트넘 유로파리그 정복의 꿈을 날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