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에는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코리안 더비'의 세찬 바람도 불었다.
지난해 6월 FC서울 사령탑에서 하차한 최용수 장쑤 쑤닝 감독이 국내 무대에 등장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의 승부욕도 상승했다. "서울의 최용수와 장쑤의 최용수는 분명 다를 것이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이 좋은 지도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에 맞춰 잘 준비했다. 후회없는 명승부를 펼치고 싶다."
두 팀의 수비라인도 흥미진진했다. 장쑤는 제주 출신의 홍정호, 제주에는 7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조용형이 복귀전을 치렀다. 둘은 2010년 제주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극장골이 터졌다. 제주가 아닌 최 감독이 드라마를 연출했다. 제주가 2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장쑤에 0대1로 패했다.
제주는 골대 불운에 울었다. 두 차례나 골대를 때렸다. 장쑤도 '600억원의 사나이' 테세이라의 부상으로 교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장쑤를 향해 미소를 보냈다. 후반 44분 하미레스가 극적인 결승골을 작렬시키며 적지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반면 안방에서 승점 획득에 실패한 제주는 발걸음이 더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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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3-5-2시스템을 가동했다. 황일수와 마르셀로가 투톱에 포진한 가운데 좌우 윙백에 정 운과 박진포, 중앙 미드필더 이창민 권순형 이찬동이 두텁게 썼다. 스리백에는 오반석 조용형 김원일이 위치한 가운데 골문은 김호준이 지켰다. 최 감독도 테세이라, 마르티네세, 라미레스, 홍정호 등을 가동하며 맞불을 놓았다.
장쑤는 전반 7분 마르티네스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회심의 오른발 슛을 터트리며 제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김호준의 선방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제주도 전열을 재정비했다. 빠른 템포의 공격을 앞세워 서서히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13분 권순형이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을 왼발 발리슛으로 응수했지만,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신경전도 있었다. 전반 27분 김원일과 마르티네스가 충돌했고, 둘 다 경고를 받았다. 제주가 계속해서 흐름을 주도했다. 전반 37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박진포의 크로스를 이창민이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불운하게도 볼은 골대를 맞고 흘러나왔다.
장쑤는 악재가 있었다. 전반 45분을 소화한 테세이라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제주의 스리백의 부담도 줄었다. 후반 2분 또 한번의 찬스가 찾아왔다. 마르셀로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을 작렬시켰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골키퍼는 비켰지만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말았다.
조 감독은 안현범 마그노를 수혈하며 줄기차게 골문을 노크했지만 장쑤의 육탄방어에 번번이 걸렸다. 경기는 그대로 막을 내릴 것 같았지만 제주의 운명은 가혹했다. 장쑤는 후반 44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을 하미레스가 오른발로 화답, 골망을 흔들었다. 극적인 '최용수 극장골'이었고, 장쑤는 산뜻하게 ACL의 첫 발을 뗐다.
같은 조의 감바 오사카는 호주 원정에서 애들레이트 유나이티드를 3대0로 대파했다.제주는 다음달 1일 원정에서 감바 오사카, 장쑤는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서귀포=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